공기업의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연장 될 전망이다.
최근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정책협의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한다.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도 2013년부터 60세로 하는 등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밝힌 바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비정규직은 오늘 잘릴지 내일 잘릴지 몰라 애태우는데 정규직은 갈수록 철옹성이 되는 것 같아 세상이 고르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의 정년 연장은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고용불안 없이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60세가 다 돼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싼 임금과 언제든지 해고가 쉽다는 점 때문에 고용주들이 선호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해고가 쉬운 근로여건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사업주들은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우면 당연히 일부 직원을 잘라서라도 회사를 살려야 할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몇 년 전에 현대 자동차가 실시한 것처럼 우리나라에 이미 정리해고가 자리를 잡았지 않느냐고 말한다. 비정규직 뿐 만아니라 정규직까지 회사 사정을 이유로 해고가 쉽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확대는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입장에서는 쌍용 자동차 사태처럼 파산을 앞둔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려해도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하는 바람에 정리해고도 하지 못하고 국제적으로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되고 있다며 불만이다
둘 다의 주장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나 근로 환경이 너무나 차이가 난다는데 있다.
앞서 인용한 것처럼 공무원을 비롯한 공기업의 정년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이 그룹에 끼지 못한 비정규직은 갈수록 외면 받고 있다.
정부 역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기위해 연봉제나 직무 성과급제의 확대 같은 정책을 내놓기보다 오히려 공기업의 정년을 늘리거나 정규직을 계속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정규직이 갈수록 늘어나 누구나 정규직이 되면 가장 이상적인 낙원이 되겠지만 정부가 주장해온 국제 경쟁력 강화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모두 정규직으로 하고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것인가?
아일랜드나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비정규직의 임금이 더 높다고 한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비정규 직업을 선택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들이 능력에 따라 높은 임금을 받는데 이의가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정규직 노동시장의 과보호를 깨는 개혁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표를 의식한 탓인지 아니면 쌍용자동차 같은 점거농성을 우려해서 인지 적극적인 개혁에 나서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노동관계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이든 야당이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말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인기 때문에 정년 연장해주고 정규직 확대를 약속하는 비도덕적인 정치인들이 먼저 개혁돼야 한다.
연봉제나 직무성과급제도 넓은 의미에서의 비정규직 제도이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연봉제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합리적인 사유에 따른 해고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것도 사실이다.
사용자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리해고를 하려는데 점거농성을 하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나라가 우리나라인 것도 맞다.
정규직은 취업규칙이나 노조를 통한 단협으로 단단한 성을 쌓고 있어 비정규직과 같은 쉬운 해고나 연봉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노동문제에 있어서 이상을 추구하기는 어렵다. 국민들이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불만을 적게 할 수 있는 타협점이다. 립서비스를 제외하고.
김 종 현
기획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