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뒤틀린 법의 正義
[김덕남 칼럼] 뒤틀린 법의 正義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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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부르는 주민소환 사유

논란이 많다. 주민소환법에 대해서다.

주민 소환투표에 따른 김태환지사 직무정지 후 논쟁은 더욱 칼칼하다. 논점은 ‘소환청구 사유’다.

주민소환사유를 제한하지 않은 현행 법체계에 대한 갑론을박(甲論乙駁)이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현행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은 합헌’이라고 결정을 내렸는데도 그렇다.

현행 고수와 관련법을 개정의견이 팽팽하다.

주민소환제는 지역주민들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직접 책임을 묻고 직(職)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다. 주민직접참여 민주주의 제도라 할 수 있다.

주민의 자율적 감시ㆍ통제 장치를 통해 지방행정의 공정성과 민주성을 확보하자는 데 뜻이 있다.

법 시행 이전까지는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에 대한 견제수단이 없었다.

비리ㆍ부패 등으로 기소돼도 재판을 질질 끌면서 임기를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현행대로 가자는 쪽은 “주민소환청구 사유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선출직 공직자의 권한 남용이 방지되고 책임행정을 독려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무능과 부패와 비리 선출직을 심판하는 유권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주장이다.

마구잡이 소환 부작용 우려

“주민투표 청구 사유를 법령위반ㆍ직권남용ㆍ직무유기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그룹도 있다. 주민소환법 개정에 손을 들고 있는 쪽이다.

주민소환제도가 국책사업이나 공익사업에까지 남용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악용 된다면 선출직 지방단체장의 의사결정 및 정책추진이 무력화되고 지방행정은 포퓰리즘에 흐를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 중에도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많다.

헌법 재판소의 법리적 결정에 관계없이 이들의 정서적 판단은 ‘무제한적 소환청구 사유’에 비판적이다.

주민소환의 핵심은 청구사유에 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핵심사유를 특정하지 않는 것은 법 자체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는 지방행정의 안정성이 훼손할 소지가 크다. 문제는 또 있다.

청구사유가 특정되지 않으면 자치단체장의 행정 행위가 이쪽에서는 공적(功績)으로 평가 받고 저 쪽에서는 공적(公敵)이 되어 소환사유가 될 수 있다.

방패장 유치와 관련한 영남과 호남 지역의 상반된 주민의사 표출은 이에 대한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찬ㆍ반이 있을 수밖에 없는 정책적 선택을 놓고 소환제도가 남용되거나 악용된다면 자치단체장은 그야말로 ‘허수아비‘아니면 ’식물인간‘ 신세를 면치 못 할 것이다.

주민소환법 일부 개정 필요

법의 정의(正義)에 대한 착종(錯綜)현상은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파스칼은 이미 “피레네 산맥 이쪽에서의 정의는 저쪽에서는 불의”라고 말했었다. 팡세에서다. “위도가 3도만 달라져도 모든 법체계도 뒤집혀 진다“는 것이었다.

주민소환청구 사유가 특정되지 않고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현행 주민소환법 체계는 그래서 지자체에 따라 이 쪽 단체장은 충신이 되고 저 쪽 단체장은 역적으로 평가 될 수 있다.

같은 정책에 대해서도 이처럼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가야 한다면 법의 정의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어떻게 선출직 단체장의 소신행정을 기대할 수가 있을 것인가.

독선적이거나 비민주적 정책 추진을 통제하고 비리나 부패, 무능한 선출직을 소환하고 퇴출시키는 주민소환법은 필요하다.

그러나 제한 없는 소환사유를 통해 국가나 지방의 공익사업이나 선거공약 사업에까지 남용된다면 오히려 그것이 비민주적 다수의 횡포가 될 수도 있다.

“법은 의복과 같아야 한다”고 했다. “봉사 받아야 할 사람의 몸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J 로크‘의 말이다. 맞지 않는 옷을 몸에 맞게 고치듯 법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그래야 거기서 법의 정의가 숨 쉴 수 있을 것이다.

이왕 고치게 된다면 선출직인 국회의원도 소환 대상에 넣어야 한다. 입법기관이 앞장서야 그만큼 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가 있을 것이다.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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