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철인 3종 경기
[나의 생각] 철인 3종 경기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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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12일 서귀포시 일원에서 철인 3종 경기가 열렸다. 올해로 10년을 맞는 이 경기에 10년 동안 계속 출전한 선수도 네 명이나 있었다.

전년도에 비해 참가선수는 거의 두 배로 증가해 금년에도 국내외에서 570여명이 참가신청을 냈다. 각종 스포츠 행사가 서귀포 시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 경기만큼 큰 행사도 드물 것이다.

철인 3종 경기는 주로 여름철에 열리기 때문에 더위까지 겹쳐 선수들은 이중고를 겪는다.

금년은 장마철이 겹쳐 뙤약볕 더위는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이번에도 선수, 가족, 임원 등 1,600여명이 서귀포를 찾았다. 본 경기에서 발생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9억 7천 만 원이이라 했다.

올해도 1800여명(민간 1,400 공무원 400)의 자원봉사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밤 12시까지 봉사에 만전을 기했다.

우리는 새벽 5시에 중문 해수욕장 입구에 도착해 6시부터 선수들에게 ‘바디마킹’(팔과 다리에 매직으로 번호를 새김)을 시작으로 봉사에 임했다.

탄탄한 근육과 운동으로 다져진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외국 선수와 젊고 예쁜 여자 선수도 있고, 나이 많은 선수와 젊은 선수들이 함께 어우러져 경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오전 7시, 454명의 선수들은 일제히 바다로 뛰어 들었다.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가는 그들은 인간 물개들이었다.

 선수들이 바다에 입소하고 난 뒤 우리는 곧바로 사이클 선수들의 보급소를 돌기시작 했다. 제 2 산록도로를 지날 때는 안개가 너무 짙어 자욱한 안개 때문에 ‘행여 선수들이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마음속으로 사고 없기만을 빌었다.

구간마다 서있는 교통봉사자들에게 “수고 하십니다” “수고 하십시오”를 반복하며 선수들보다 먼저 행사구간을 지나갔다.

아침 7시 30분에 중문 해수욕장을 출발하여 열여덟 개의 보급소마다 물품배치는 잘 되었는지, 자원봉사자들은 다 나와 있는지 점검 하며, 봉사자들에게 고맙다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성산에서 한림을 거쳐 대정 구간을 돌아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하니 5시간이 넘었다.

오후 1시 30분이 넘어서야 우리는 아침에 받은 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웠다.

자원봉사자들은 아침 6시부터 자정까지 맡은 분야마다 최선을 다 했다.

얼음물에 담가놓은 음료수를 꺼내어 한사람이라도 더 목을 축이게 하고, 땀투성이가 된 선수들에게는 목물을 시켜주며 차가운 물에 손이 퉁퉁 부어도 봉사에 열과 성을 다하다 보니 봉사자들의 옷은 땀에 젖고 물에 젖어있었다.

그들은 선수들이 버린 종이컵과 스펀지를 수거하면서 선수들에게 손뼉을 치며 파이팅을 외쳤다.

어디서 저런 힘이 솟아날까. 자원봉사자들은 알고 있다. 봉사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이들이야 말로 이 시대에 우리가 바라는 자원이 아닐까. 차제에 서귀포 시민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가까이에서 이런 큰 행사가 벌어졌을 때, 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관심 있게 경기도 지켜보고 지친 선수들에게 격려를 보내준다면 외지에서 온 그들은 얼마나 힘이 날까.

그들이 제주사람들에게서 따뜻한 정을 느끼고 돌아간다면, 그 파급 효과는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대일 것이다. 우리 또한 인간 한계에 도전한 그들에게서 진한 감동도 맛볼 수도 있었을 터인데.
철인 칭호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 장장 226.2km의 레이스 에 도전한 이들은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17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다. 그들이 완주하는 것을 보노라면 뭉클한 감동으로 눈시울이 뜨겁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어느 선수는 골인지점에 도착하면서 ‘아들아! 아빠 해냈다.’ 라는 현수막을 높이 들고 들어왔다. 쌍둥이 선수는 둘이 손잡고 골인 했으며 연인인 듯한 젊은 선수는 둘이 얼싸안고 깡충깡충 뛰며 좋아하는 모습도 보았다.

 어느 예술작품에서 이런 감동을 맛 볼 수 있을까. 이들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아들에게는 희망을, 연인에게는 사랑을, 형제간에 우애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경기에 참가한 모든 이들에게 존경과 축하를 보내고 싶다.

이번 경기에 일등으로 들어온 사람은 9시간 24분 48초로 체코의 ‘얀 레훌라’ 선수였고, 여자부 1위는 미국의 ‘조세린 윙’ 선수였다. 남자들도 어려운 경기인데 여자 선수들이 28명이나 참가했다.

이번에는 날씨도 좋았지만 집행부의 철저한 준비로 한 사람의 부상자도 없이 경기를 마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13명은 완주를 못했지만) 그동안 관계공무원들의 행사 준비에 노고가 매우 컸을 줄 안다.

이 모두가 우리 모두의 기원이고 바람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여겨진다.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감사를 보낸다.

필자는 10년 동안 경기를 지켜보면서, 어느 스포츠행사보다 서귀포 시에서 열리는 국제철인 3종경기가 더 발전하고 더 커져야 함에도 처음 보다 많이 축소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예전에는 국내외 참가 선수들만 해도 1200명이 넘었고 그에 수반되는 경제적 효과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고루 갖추고 있는 서귀포 시에서는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광 상품과 접목을 시켜 홍보도 강화하고, 고품질의 마케팅 전략에 힘을 기우려 세계인이 몰려오는 철인 3종경기로 거듭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 은 영
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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