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굽듯 개혁하지 말라
생선 굽듯 개혁하지 말라
  • 김승석 논설위원
  • 승인 2004.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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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이 지난달 20일 국가보안법 폐지 ? 과거사진상규명법안 ? 사립학교법안? 언론관계법안 등 이른바 4대 개혁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 처리를 벼르고 있다.

 여당은 이들 법안은 경제를 위한 개혁 내용을 담고 있다고 치켜세우고 있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4대 국론분열법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대한민국을 개조하려는 세몰이가 시작된 것일까. 나라 안이 온통 뒤숭숭하다. ‘새를 잡기 위해 활 쏘는 법이 많아지면 공중의 새들은 더욱 어지럽게 날고, 고기를 잡는 그물의 종류가 많을수록 고기들이 여기저기 도망친다’는 말은 성현 노자(老子)의 말씀이다.  

 통일이 되거나 남북평화협상이 체결될 경우에는 국가보안법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운명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다수의 국민들에게 현재의 남북대치상황에서 존재가치가 전혀 없는 법률이라고 납득할만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또한 과거사 진상규명은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남의 몸에 칼대기 식으로 외과수술을 하려는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위헌 시비가 그칠 새 없다

 이사회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사학법 개정안에 대하여 사학 경영자들은 국회 통과 즉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최종적으로는 학교폐쇄의 집단시위 카드로 결사항전을 벼르고 있고 있다.

 정기간행물법 개정안(신문법안)에 대해 언론자유의 본질을 훼손하는 독소조항이 10여 군데 있어 전반적으로 위헌적(違憲的)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헌법소송이 제기될 경우 그 시행이 전면 보류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이 법안에 담긴 신문의 보도·논평·편집에 대한 법적 규제는 여론 형성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된다. 둘째, 신문발전기금 등 마이너 신문을 정부가 지원하는 규정도 혈세를 써가면서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인위적으로 재조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문제는 위헌시비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셋째, 개정 신문법안에 담긴 1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3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이면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조에서 정하는 시장지배적사업자(독과점업체)로 간주하여 그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자유언론제도의 본질을 침해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4조에 의하면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에는 독과점업체로 추정되어 엄격한 법적 규제를 받게 되는데 결국 신문시장의 경우에는 이 규정보다 강화시켜 조?중?동 3개 신문사의 목을 조르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개혁이 오히려 과잉규제를 낳아 

 최근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이후 국민들의 헌법의식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사학법과 신문법안의 개정안이 위헌시비가 일고 있는 것은 바로 과잉규제 문제 때문이다. 사학의 건전운영을 위해 혁신적인 법적 조치가 필요하고,

또한 우리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하고도 상이한 의견들이 굴절없이 그대로 표현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놓고 여론형성이 인위적으로 조작될 위험성이 있는 신문사의 독과점현상은 자유언론제도와 조화될 수 없는 것이기에 최소한도의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이 탄생한 것인데, 이 법보다 강화된 특정 신문사를 겨냥한 신문법안의 독점규제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이 신문법안에 대해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으로 국론만 분열시키고 있다는 법조계의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4대 개혁입법을 큰 정치의 틀로 선전하고 있으나, 국민들은 현실의 정치가 마치 작은 생선을 굽는 것처럼 자주 뒤집는 형국이라서 작은 고기가 결국 부서져서 쓸모가 없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개혁을 하려면 세종대왕같이 하라. 세종의 세제(稅制)개혁은 중앙에서 파견된 조사관이 풍흉(豊凶)의 정도를 보고 세액을 매기는 손실답험법(損實踏驗法) 대신, 토지의 비옥도와 지역별 일기에 따라 국가에서 정한 일정액을 내도록 하는 공법(貢法)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조선조 최대의 경제개혁인 세제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세종대왕이 살얼음을 걷는 듯한 신중함을 보인 것도 개혁에 따른 백성의 고통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세제개혁을 위해 관료에서 시골백성에 이르는 17만 명의 여론을 조사하고, 반대파들까지 설득시키려고 17년의 세월을 소비한 것은 참으로 역사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개혁은 국민들에게 부담과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논설위원 김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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