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히 모시겠습니다. 정방동주민센터 ○○○입니다.”
우리 사무실에서 정한 전화인사말이다. 처음에는 전에 하던 인사말 때문에 어색해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쓰게 되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친절이란 것도 시작할 때는 자기 스스로 많이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일단 시작하고나면 늘 하던 습관처럼 몸에 밸 수 있는 것도 친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몸에 밴 친절이 다 같은 친절은 아닐 것이다. 형식적인 친절과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친절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밥을 먹으러 음식점에 가더라도 점원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형식적인 친절과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친절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진심어린 친절은 우리 자신의 느낌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친절은 고객입장에서도 그리 유쾌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몇 일전 휴대폰을 구입하고자 휴대폰 매장 몇 군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방문했던 여러 매장 중 유독 불친절한 매장이 있었다.
매장점원도 형식적인 인사말과 대화뿐, 고객을 위해 그 어떤 친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형식적인 느낌이랄까?
휴대폰 종류 및 가격은 타 매장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객인 나로 하여금 귀찮은 존재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 매장에서는 휴대폰을 구입하여 들고 나오는 대신 불쾌한 기분을 들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방문했던 매장 중에서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고 있는 느낌을 받은 곳에서 휴대폰을 구입하였다. 그 매장은 타 매장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타 매장은 인사말이나 말투는 친절하긴 했지만 고객을 말 그대로 고객으로 대하고 있었다.
혹자는 고객을 고객처럼 대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휴대폰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그 매장은 고객을 고객처럼 대하는 것을 넘어 마치 나를 친한 친구나 가족처럼 대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 느껴졌다. 결국 그 매장에서 기분 좋게 휴대폰을 구입하고 나왔다.
올해 1월 초부터 주민등록업무를 맡게 되면서 민원인을 상대하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다.
늘 친절이란 단어를 마음속에 새기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가끔 막무가내식 민원인을 대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마음속으로는 짜증이 나지만 얼굴은 웃어야 하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민원인에게 짜증을 낼 수도 없는 노릇, 한 번 더 여유를 가지고 친절하게 대하고자 노력하여 기분 좋게 민원인이 돌아가면 내 기분도 좋아짐을 느낀다.
친절이 서로의 기분을 좋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득 친절의 다른 말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고객을 단지 고객으로서 상대하기보다 친한 친구나 가족처럼 대한 휴대폰 매장 점원도, 막무가내식 민원인이 왔을 때 오히려 친절하고자 노력한 나의 행동도 모두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행동일 것이다.
날씨가 많이 더워진 요즘, 정방동주민센터가 언덕위에 있어 가끔 언덕 밑에서 올라오신 민원인분들은 땀을 뻘뻘 흘리신다. 그럴 때 얼음물을 한잔 드리면 민원인분들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그저 사소한 물 한잔일 뿐이지만 민원인 입장에서는 그 어떤 물보다 시원하고 맛있는 물일 것이리라. 민원인이 시원한 물을 마신 후 고맙다며 웃는다. 나 역시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정 철
정방동주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