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자신의 병원도 제대로 못 챙기면서…
[데스크 칼럼] 자신의 병원도 제대로 못 챙기면서…
  • 정흥남
  • 승인 2009.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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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생활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다고 판단될 경우 한번쯤은 자신의 뒤를 돌아보며 ‘기본’을 생각한다.

지향하는 방향에서 일이 크게 빗나갔을 경우에는 늘 ‘기본에 충실하라’하고 상대에게 충고하곤 한다.

이처럼 기본은 각 분야에서 말 그대로 기초가 되고 원칙이 되는 것을 의미하고, 꼭 지켜져야 하는 것으로 통용되지만 사람들은 이를 늘 망각한다.

제주도는 지난해 좌절됐던 영리병원을 올해 아예 이름을 ‘투자개방형병원’으로 바꿔 도의회 동의를 얻은 뒤 올 연말 또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 때 입법화하는 이른바 4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선정, 최근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제주도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의료․관광분야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영리병원 도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영리병원 도입은 결국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의료 기능을 위축시켜 ‘의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함으로써 사회 계층 간 갈등을 야기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의 동질성을 파괴시킬 것이라며 반대의 깃발을 내리지 않고 있다.

공공의료 불신 갈수록 증폭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최근 제주의료원에 대한 종합 감사결과를 공개, 제주의료원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고스란히 또 한 번 외부에 들춰냈다.

제주의료원은 말 그대로 제주도가 세운 ‘도립병원’이다.

1910년 ‘자혜의원’으로 출발한 제주의료원은 1927년 전남도립병원으로 이름을 바뀐 뒤 1983년 지방공사 제주도 제주의료원으로 전환됐다.

제주도는 2001년 10월 당시 삼도2동 옛 제주대학교병원 건물에 있던 제주의료원을 제주대학교에 매각한 뒤 2002년 7월 현재의 아라동으로 병원을 옮겼다.

내년이면 병원탄생 100주년을 맞는 제주의료원은 그러나 구성원들간 반목과 갈등이 이어지면서 불신과 지탄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의료원의 기본적 문제는 구성원들간 갈등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갖가지 문제점 들이다.

노인들을 상대로 하는 병원 진료체계의 특성과 공공의료기관인 점을 감안할 때 누적되는 경영적자는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병원 구성원들간 반목과 갈등, 또 이로 인한 경영에 대한 외부 불신은 제주의료원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는 그동안 제주의료원의 문제점을 파악, 도청 직원들을 직접 파견해 경영에 참여시키는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흐지부지 하고 있다.

‘주인’은 다른 생각에만 집착

3년 전인 2006년 1월 당시 제주의료원은 병원장이 해임 당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당시 감사결과 공채를 통해 선임된 원장이 한해에 최고 120차례 213일간 도외출장과 출타로 병원일 을 거의 돌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일에 한번 꼴로 출장에 나서면서도 매월 250망원씩 연간 4016만원의 진료성과금은 챙겼다.

최근에는 장례식장을 운영업무를 맡고 있는 일부직원들이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 개인적으로 유용하다 들통 나 사법 처리되기도 했다.

지난해 제주의료원을 찾은 환자는 연인원으로 8만9000여명에 이른 것을 비롯해 이곳에서 치러진 장례식만 하더라도 200건을 넘어서고 있다.

도민들이 부담 없이 믿고 의지해야 하는 제주공공의료의 상징인 제주의료원이 병원 설립 100년이 되는데도 여전히 도민들로부터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주의료원을 세운 제주도는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대신 제주도는 제주의 미래를 위해 영리병원 도입이 마치 만병통치가 되는 것처럼 홍보에 열을 내고 있다.

제주도의 이 같은 행태는 결국 ‘기본’을 망각한 것으로 도민들에게 비춰질 수밖에 없다.

‘수신제가’라는 고사 성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자신이 세운 지역 공공의료의 중심축인 제주의료원 문제부터 바로잡은 뒤 영리병원 문제를 벌리는 게 순서이고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제주의료원장이 새로 취임했다.

그러나 제주의료원의 ‘문제’는 원장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기에는 상처가 너무 깊이 박혔다.

지역 공공의료의 상징인 제주의료원 정상화와 신뢰회복에 병원의 주인인 제주도가 주체가 돼 병원 바로세우기에 나서는데 이견을 달사람은 없어 보인다.

자신이 세운 병원이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실체조차 불투명한 영리병원을 도입해야 제주의 의료 환경이 바뀔 것처럼 호언장담한다면 누가 이를 진실하게 믿을 것인가.

정   흥   남
부국장/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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