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자연환경, 건강한 생활, 안전한 먹거리는 이 시대의 화두다.
광우병(우뇌해면증), 인플루엔자A(H1N1), 조류독감, 멜라민 파동 등 지금까지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바이러스와 질병이 출몰하여 인류를 위협하면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각종 방송과 신문에서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는 것만큼 우리의 식탁이 그리 위험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비록 전설 속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농자천하지대본(農者 天下之大本)’이라며 농사짓는 일을 하늘 아래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장 큰 근본이라고 여겼던 후예답게 우리 농산물의 안전성과 품질은 그 어느 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문제는 지난 1990년대 초 UR협상이 타결되면서부터 수입농축산물이 우리 식탁을 꾸준히 잠식하여, 이제는 수입산이 음식점은 말 할 것도 없고, 제수용품, 심지어는 우리 아이들이 먹는 학교급식에까지도 쓰이고 있으며, 수입농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른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무작정 수입을 반대하고, 먹을거리에 대하여 비관세 장벽을 높게 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려면 생산자와 유통업체는 물론 소비자, 국가기관 등 모두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소비자는 우선 “거리상 가까울수록, 시간상 짧을수록”이라는 안전한 먹거리 선택 기준을 몸에 익혀야 한다.
첫째,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로컬푸드(지산지소) 운동에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
로컬푸드 운동은 유통비용을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생산자간 지속적인 관계 맺기에 의한 신뢰구축으로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제 텃밭에서 키운 농산물을 먹을 수 없으면 우리 동네산을, 우리 동네산을 먹을 수 없으면 제주산을, 제주산을 먹을 수 없으면 국산을 사먹는 것이 수입산을 사먹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
둘째, 제철음식을 먹어야 한다. 제철이 아닌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학약품과 에너지의 힘을 더 많이 빌어야 하고, 제철 아닌 음식은 영양분도 제철에 비해서 떨어진다.
따라서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안전할 뿐만 아니라 몸에도 좋다.
셋째, ‘패스트 푸드’가 아닌 ‘슬로우 푸드’를 먹어야 한다.
우리민족은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 민족이다. 대표적인 것이 발효식품이다. 된장, 젓갈, 청국장, 김치는 몇 년을 숙성시킨 것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산업화를 이루어 내면서 모든 분야에 ‘빨리 빨리’라는 속도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고 심지어는 식생활까지 구현되었다.
한국인의 평균 식사시간은 12분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도 10분 안에 끝날 수 있게 되었다.
김치는 담그지 않아도 식성에 따라 신맛 정도까지 취사선택하여 사먹을 수 있고, 반찬은 물론 웬만한 찌게마저 포장되어 마트에서 팔리니, 집에서는 끓이거나 데치기만 하면 된다. 조리가 필요 없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가공되어 팔리는 식품은 보기 좋게 보이기 위하여 색소 등 첨가물이 가미되고, 오래 보관하기 위하여 방부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원재료를 직접 조리하여,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하는 것이 건강뿐만 아니라 가족 행복에도 좋다.
흔히 건강은 개인이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양하게 생산되고 대량으로 유통되는 농축산물에 대한 판단을 개개인이 직접 하기는 어렵다.
생산과정은 물론 유통·소비단계까지 철저한 검증시스템과 인증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국가기관의 책무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인 경우는 안전성조사, 표준규격화, 친환경인증, GAP관리, 원산지조사, GMO관리 등 농산물의 생산단계부터 유통단계까지 전 과정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관리·감독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농축산물인 경우 안전성 관리 업무가 관세청, 식약청, 수의과학검역원 등으로 분산되어 있어, 문제가 불거지면 우리소관이 아니라고 서로 떠밀다가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러야 사후약방문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있다.
차제에 수입농식품에 대하여 체계적인 안전성 관리를 할 수 있는 전담 부서가 생겨나, 책임지고 안전관리를 수행함으로써 불량식품공포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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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 제주지역 홍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