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의미
가을의 의미
  • 제주타임스
  • 승인 200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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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치 카드결제대금 청구서를 받아보니 차량 연료비가 다른 달 보다 많이 나와 있다.
평소 장거리를 잘 다니지 않는터라 연료비가 항상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편인데, 지난달에는 유난히 많이 다녔나 보다.

 아! 그래 풍요와 결실의 계절 가을이지.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의 혹독한 폭염을 경험한 탓인지 초목들은 피안의 겨울로 가기전, 마치 가을을 회한과 아쉬움의 시간으로 삼은 듯하다.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듯한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을 배경삼아 울긋불긋 형형색색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단풍이 시작되면, 마치 그로인 해 먼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산꼭대기까지 가득찬 단풍인파들을 보면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계절앓이를 하면서도 쉬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휴일 단 하루만이라도 다들 나그네가 싶은 마음일 것 같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자연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철학자가 되고 시인이 되어 사색을 즐긴다. 

 하지만 자연에서 조금만 벗어나 주변을 살펴보면 요즈음 우리는 너무도 시끄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들 인간이 시끄러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

 곤두박질 치고 있는 실물경제로 인하여 우리 민초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정치판은 수도이전의 후유증과 개혁입법, 국가보안법등으로 모두들 눈에 핏발 세워서 외쳐되고 있다.

 그러니 오늘처럼 복잡하고 시끄러운 사회속에서 제정신을 잃고 떠밀려만 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속물이 되고 만다. 그래서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가지고도 닳아빠진 일상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더욱더 소모시키고 만다.

 이처럼 인간세상사가 소란스럽고 복잡해도 산은 조용해서 좋다.
 그래서 중국의 옛 시인은 산정사태고(山靜似太古), 일장여소년(日長如少年)이라고 읊었다. 산은 고요하기가 아득한 옛날과 같고, 해가 길어서 어린시절의 심정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산은 말없이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도 제자리에서 자기위치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지키고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 자기자리를 얻지 못하고 제자리에 있지 아니할 때 우리는 항상 불안하고 불행하다.
 우리는 홀로 사는게 아니라 수많은 이웃과 함께 산다.

함께 살면서 서로가 배우고 고치고 익히는 동안 조금씩 성숙해 간다. 자기만을 알거나 자기 개인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은 불행하다. 그들의 가슴에는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나와 남사이에 장벽이 없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꽃향기처럼 배어나온다. 사람은 이웃으로 향한 따뜻한 눈길과 손길에 의해서만 자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산은 우리 마음에 타오르는 단풍처럼 가슴속에 있는 이웃을 사랑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질수 있게 하여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 그래서 산이 좋다.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일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생각과 감정들을 만추속으로 나를 던져 일상을 다독이고 싶다.  더 깊은 의미를 찾아서....

논설위원 이  광  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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