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자치경찰의 이상한 주차단속
[세평시평] 자치경찰의 이상한 주차단속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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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자치도 탄생과 더불어 설립된 자치경찰 시행 3주년이 됐다.

자치경찰의 설립취지는 ‘경찰의 설치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여 주민들의 의사와 지역특성에 알맞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경찰’이라고 했다.

또한 ‘자치경찰대는 생활주변에서 주민들의 어려운 일들을 살피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 국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된다.’고 하였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역특성과 자치도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 자치경찰의 임무는 참으로 막중하다 아니할 수 없다.

세계자연유산인 아름다운 환경을 환경파괴범으로부터 지켜내고, 야생동식물의 불법체취와 불법사냥 단속, 무허가 또는 원산지 표시위반인 음식물의 불법유통 방지를 비롯하여, 관광지 및 유원지 행락질서 유지와, 도심지 교통체증의 해소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치안이 허술한 농어촌지역범죄예방활동 등 할 일이 산적되어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임무를 지닌 자치경찰대가 7월1일부터 주정차단속권이 주어지자 생뚱맞게 새벽시간에 시 외곽 변두리에 새워놓은 차에까지 주차위반 스티커를 붙이며 돌아다닌다.

주차공간이 부족하여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헤아릴 줄 모르고 주차금지지역이라는 이유로 스티커를 남발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자치경찰을 주차단속요원으로 전락시켜놓고 주민의 원성과 빈축을 사고 있다.

당초 설립목적인 ‘주민들의 생활주변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일들을 보살피고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는 취지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말단 단속요원들은 상관의 지시에 따라 로봇처럼 움직이게 마련이므로 좀 알아들을 만 한 윗선에 전화를 걸어 좀 융통성을 발휘하여 차후로는 과잉단속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는데 막무가내이다.

상황변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속되어야 할 차량이라 단속하는 것이라는 일방적인 주장뿐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대다수가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은 데서 의사소통의 장애를 가져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통령도 국민과의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겨 어려움을 겪었고, 고위공무원에서 말단까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타성 때문에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타협이고 양보할 줄 알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참다운 민주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공무원들은 사회의 거울

뉴욕 허드슨 강변 라쿠아디아 공항은 비행기추락사고로 순직한 라쿠아디아 시장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고 한다. 라쿠아디아가 법관시절 심금을 울린 명 판결이 있다.

빵을 훔치다가 발각되어 잡혀온 범인 이야기는 ‘가족들이 굶어 죽게 되서 어쩔 수 없이 훔치게 되었다’고 하자, ‘아무리 굶주려 죽게 될 망정 실정법을 위반한 죄는 마땅히 받아야 하오. 벌금 10달러를 선고합니다. 그러나 그 벌금은 법관인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방청객 여러분께도 죄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빵을 훔칠 수밖에 없는 도시에 살고 있는 죄로 각자 벌금 5달러를 납부할 것을 선고합니다.’ 이 판결로 모아진 돈을 잡혀온 범인에게 쥐어주면서 하루속히 자립하도록 권고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 보고 라쿠아디아를 본받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최소한 지역주민의 고통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경찰간부가 자기중심적으로 경직되어 자기주장과 고집을 앞세우며, 주민의 소리를 외면하여 무엇이 문제인가를 파악하고 시정하려고 하지 않은 한 자치도의 앞날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본다.

예로부터 경찰은 주민의 복리증진과 사회정의 구현에 앞장서 왔기에 ‘민중의 지팡이’ 또는 ‘민중의 횃불’이라고 했다. 자치경찰은 더욱 주민과 친밀하고 주민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경찰이 창조적 사고로 무장하여 대민봉사정신이 투철하고 민주적일 때 사회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으로 피폐해진 국민생활이며,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현상이 만든 갈등과 반목으로 얼룩져가는 사회분위기를 경찰이 앞장서서 바꿔보겠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법대로 처리한다는 편협한 사고를 버리고 사안에 따라 탄력적이고 유연한 대처로 예방적이고 교도적이며 선도적인 경찰행정을 펴 나가야 한다.

단속 스티커를 발부하기 이전에 상황인식과 더불어 올바른 판단으로 효율적 대처방안을 찾아내고 당사자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미안한 마음이 들게 만들 수 있어야 유능한 경찰이다.

그래야만 똑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게 되며 아울러 단속효과를 높일 수 있다.

대통령도 취임초기에 국정운영의 중심 가치로 실용사회를 만드는데 있다고 했다.

법은 지켜져야 할 일반적 사항을 적시한 것으로서, 상황에 따라 실용적 사고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일선경찰의 몫이라고 본다.

주민 편에 서서 주민불편을 생각하며 잠 못 이루는 경찰이 많아져야 제주의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생각은 나만이 가진 과욕은 아닐 것 같다.

강  선  종
총괄본부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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