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기관도 업체도 사과하는 사람도 없이 죽은 제 딸은 가족들만의 애도로 끝이나야 하는지 정말 억울합니다"
지난 7월 딸 혜인(신성여고 2학년)을 잃은 민경중(47. 제주시 일도2동)씨 부부는 얼마 전 한통의 토익 성적표를 받아들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정작 토익 성적표를 봐야 할 딸이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유학을 다녀온 적도 없는 고2학년 학생이 받은 점수는 거의 최상위권인 960점.
혜인이는 지난 7월 18일 강원도 평창 뇌운계곡에서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도 불구하고 래프팅 업체가 영업을 강행, 래프팅보트가 잠수교에 부딪혀 뒤집히는 바람에 숨졌다.
사고직전 민양은 전국과학경시대회에 제주도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가족모임에 참가해 '할아버지 할머니를 기쁘게 해 주겠다'며 가족모임에 참가했다 변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뜻밖의 사고로 고2 딸을 잃었지만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자 민씨 부부를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사회 안전불감증으로 사랑하는 딸을 잃었는데도 책임지는 기관도, 업체도, 사람도 없는 현실에서 다시는 억울하고 헛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싸우고 있다.
민씨는 "무사안일한 행정, 되풀이되는 사고, 가벼운 처벌에 따른 법 무시가 교훈이라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딸의 착한 마음을 본받아 장학금도 내고 사회사업도 할 생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양의 담임교사였던 한동군(신성여고) 교사도 진정서를 통해 "너무나 착한 아이였는데 한 목숨이 이렇게 쉽게 질 수 있다는데 화가 난다"며 "다시는 이와같은 헛된 가슴아픈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양의 친구인 고유희, 김규래 학생도 "혜인이는 공부도 잘 했지만 성격도 좋았고 고민이 있을때마다 잘 들어주며 상담도 해주는 좋은 친구였다"며 "물질에 눈이 멀어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아가는 이런 사고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