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은 취임 후 환경미화원 복장을 하고 직접 거리로 나가 청소를 하는 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현장 점검차원이었으나 거리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을 치우면서 몸이 힘든 것은 둘째 치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두 번 힘들었다.”며 그 분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술회하고 있다.
그로부터 시장은 “서울의 거리를 디자인하기에 앞서 그 거리의 얼굴인 환경미화원의 복장부터 디자인하라”고 지시했다.
사실‘환경미화원'하면 떠오르는'칙칙한 주황색'을 걷어내고 지금의 산뜻한 디자인은 우리 서귀포시의 한 담당공무원의 아이디어에 의해 전국 최초로 시행되면서 타 지방자치단체에 급속도로 파급되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례이다.
선진 도시에서는 이미 그들의 작업복과 청소차에 지방 특색을 살린 디자인을 적용해 왔었지만, 우리나라는 누구나 다 아는 손쉬운 일임에도 소외된 그룹의 단면이라 치부해 버렸기에 항상 스쳐 지났을 뿐이다.
잘 알다시피 환경미화원들은 남들이 꺼려하는, 음지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굳은 날씨도 마다않으며 오늘도 공익현장의 일선에서 묵묵히 청소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있는 담배꽁초를 수거하고, 공공시설물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껌을 떼고, 공한지에 슬쩍 버려지는 가정쓰레기와 적치장의 온갖 폐기물을 분리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치부와 자화상을 그들이 늘 가려주고 있다.
관객 500만을 돌파한 영화 한 편에는 물론 우수한 감독과 배우가 있었기 때문인 것만은 자명한 일이겠으나,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스텝들이 있었기 때문에 빛이 발했을 것이다.
지난 5월에 개최된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역시 그 뒤에는 환경미화원들이 있었기에 성공하였음을 알아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근무하는 100여 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지난 해 10월, 노동조합을 결성한데 이어 엊그제 현판식과 함께 보금자리를 틀었다.
그들이 무슨 ‘노조결성??이냐고 묻기에 앞서 남들이 자는 새벽에 출근하여 적치장을 청소하고, 음식물쓰레기통을 치우고, 길거리 안전사고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진정으로 그들도 엄연한 대한민국의 공무원이고 노동자이다. 하루 8시간의 근로조건 보장은 물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권리가 있다.
“그들도 노조가 결성되었으니 까닥하면 빗자루 내려놓겠네”라고 비아냥거리기에 앞서‘내 집 앞은 내가 쓸기??와 같은 작은 실천 하나가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제 도시디자인과 같은 거창한 포장에 앞서 미화원들의 처우와 권익향상과 같은 미화원 디자인이 우선이다.
강 문 상
민공노 제주지역본부 서귀포시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