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나와서 오전 9시에 주사한대 맞고 갑니다”
독감 예방접종 첫날...보건소 마비
‘백신 부족 소문’ 확산...시민들 한꺼번에 몰려
일부 노인들 대기중 쓰러지기도...전쟁터 방불
제주시보건소, 1일 5000명 접종...“백신 충분”
“백신이 모자라 나중에 오면 접종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새벽 4시에 도착했습니다”
지난해보다 한달 보름 늦게 인플루엔자 접종을 시작한 제주시 보건소.
제주시 보건소는 이날 새벽부터 몰려든 시민들로 하루 종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0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은 오전 8시 이전에 ‘마비’됐으며 인근 대도로와 주택가 골목길까지 몰려든 차량들이 넘쳤다.
한꺼번에 많은 시민들, 특히 노인들이 몰리면서 장시간 계속되는 기다림에 지친 시민들이 곳곳에서 보건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또 이들 시민들의 질서를 유지하기위해 동원된 제주시 보건소 직원 20명명은 곳곳에서 시민들과 마주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이날 오전에만 제주시 보건소에서 접종을 마친 시민은 줄잡아 3000명.
그나마 이날 오전에 접종을 마친 이들은 다행인 편.
이날 오전 보건소에 도착, 접종 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평균 2시간 30분정도.
순서를 기다리면서 기다리는 줄이 제주시 보건소 건물을 한바퀴 돌고도 남았다.
출입구마다에는 직원들이 배치돼 순서를 이탈하고 들어오려는 시민들을 통제(?)했다.
그러나 이날 제주시보건소가 확보한 간호사는 고작 4명.
제주시는 이처럼 시민들이 한꺼번에 모려들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제주시는 만에 하나 시민들의 몰릴 것에 대비해 200장의 ‘대기표’를 만들었으나 대기표는 한번 써보지도 못한 채 휴지조각이 됐다.
이날 최소 5000여명의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것은 우선 제주시 보건소가 올해 접종대상 인원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재 제주시 보건소가 확보한 백신물량은 접종 목표인원 4만2900명의 절반선인 2만3000명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중에는 백신물량 부족으로 자칫 접종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소문이 시중에 돌기 시작했으며 이를 액면 그래도 믿은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보다 1개월 보름 늦게 시작한 것도 시민들을 한꺼번에 몰리게 한 이유.
이는 독감 백신접종의 경우 접종을 실시한 뒤 30일 뒤에야 제대로 항체가 형성돼 독감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하루라도 빨리 접종을 마칠수록 상대적으로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기간이 빨라져 그만큼 독감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다.
도내 4개 시.군 보건소 마다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독감예방 주사를 맞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보건소 자체가 흡사 독감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처럼 온 종일 정신없이 수만은 인파로 정신없이 몸살을 앓았다.
김창우 제주시 보건소장은 “내주에 1만명분의 백신이 들어오는 것을 비롯해 그 다음주에도 1만명 분의 백신이 들어올 예정이이서 목표인원 모두에 대한 백신접종이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노약자를 제외한 시민들은 백신 접종 시기를 다소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제주시 보건소는 4만2900명, 서귀포시 보건소는 2만5000명. 북제주군 보건소는 2만600명, 남제주군 보건소는 1만5700명 등 모두 10만4200명에 대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실시할 예정인데 이들 4개 보건소는 현재 4만2000명 접종분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다.
이날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제주시 보건소는 하루에만 5000명을 접종하는 진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