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대학교는 선장 없는 난파선처럼 휘청거리고 있다.
제주대학교 교직원들이 총장을 선출하여 교과부에 총장임용 1순위자로 강지용 교수를 추천했는데, 교과부가 총장임용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려 제주대학교를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이와 같은 결정은 강지용 교수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고, 많은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든 대형 사고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음날 제주대학교 교수회에서 교과부의 이와 같은 행위는 월권적이고 탈법적이며 반민주적인 행위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그리고 제주대학교 6만 동문이름으로, 제주대학교 공무원직장협의회가 교과부의 부당함을 성토하고 나섰다.
즉시 교수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교과부와 강지용 교수를 상대로 그 진상을 조사하였다.
그리고 진상조사위원회의 종합의견을 발표하고 제주대 총장추천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심의를 거쳐 강지용 교수를 교과부에 재심의 요청키로 하였다.
약 15일 정도의 기간에 일어났던 드라마 같은 사연들이다.
나는 이와 같이 전개되는 보도를 보면서 의분강개를 금치 못하며 글을 투고하기에 이르렀다.
먼저 진상조사위원회의 종합의견은 간단히 설명하면 강 교수가 무주택교직원들의 동호인주택을 건립하기 위해 프로빌 사업추진위원장을 역임한 것은 사실이나 허가권자인 당시 총장이 프로빌 기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겸직허가를 묵인 또는 묵시적 허가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 교수는 프로빌 회사를 통해 어떠한 영리적 업무를 한 바 없고 봉사로 생각하여 무보수로 일했다.
따라서 국가공무원법상 금지되는 영리행위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변호사 자문결과를 보면 설령 징계를 한다고 하더라도 견책정도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총장추천위원회 회의에서는 공무원의 영리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법제처의 다른 판례도 제시되었다.
사정이 이러한데 민주적 절차에 의해 당선된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교과부의 재량권 남용이자 대학자율성과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려는 처사라 지적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생각해 보니 강지용 교수의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이 화를 불러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무주택 교직원의 동호인주택 건립에 앞장서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해 온 사람에게 무슨 겸직 혹은 영리행위가 끼어들 여지가 있겠는가! 변호사 자문결과를 빌어 말하자면 설령 기계적으로 강하게 적용한다 하더라도 견책정도인 것을 총장부적격 판정을 내렸으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요즘 이것저것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전후 말씀 중 강조한 것이 규제타파였고 형식획일주의에 빠진 공무원사회를 강력히 비판하였다.
그 중 교육부가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여 교육부의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며칠 전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이를 공감한다고 발언하여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교과부가 그 많은 규제를 이용하여 행하는 횡포가 어떤 것인지 이번 제주대학교에 나타난 그 실체를 정말 크게 실감하게 되었다.
혹시 보이지 않는 검은 손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법해석과 법적용은 만인이 공감해야 저항이 없이 사회가 안정된다.
독재국가나 민주사회가 성숙하지 못한 국가에서는 법해석과 법적용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자의적이어서 불만이 많고 저항도 심하게 생겨난다.
항차 그 가치가 지고한 민주적 절차로 교수와 직원들이 선출한 총장을 이현령ㆍ비현령식 법해석과 법적용으로 부적격 판정을 내렸으니 고소를 금할 길 없다.
다른 큰 도(道)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장관이 물러나고 정치적,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수 있을 것이다. 힘없는 작은 도에서 일어났으니 미동도 않는 것인가?
그러나 이번 총장임용 거부사태는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제주대학교 학생, 동문, 교수, 교직원을 우롱하는 처사임에 틀림없다고 나는 절규하고 싶다.
민주사회에서는 선거에 승복하고 당선인을 축하하는 것이 미덕이다.
그런데 투서를 통해 복수하려는 행태가 제주대학교에 만연하고 있으니 슬픈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전 총장이 임명한 보직교수들도 도의적 책임을 다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강지용 교수에게 부탁하고 싶다. 분개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평소에 지녔던 정의로움, 추진력, 긍정적인 모습을 잃지 않도록 해주고, 교수와 교직원들이 선출해준 총장임을 자부하고 그 명예에 부합된 지혜와 용기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김 상 훈
제주대학교(89학번) 졸업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