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헤라클레스의 몽둥이’
[김덕남 칼럼] ‘헤라클레스의 몽둥이’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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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끼워 넣은 부적격 사유

 “모기 한 마리 잡기위해 헤라클레스의 몽둥이를 휘둘러야 하는가”. 영국 시인 바이론이 말했다.

무지하고 무모한 힘의 남용을 경계하는 경구다.

 요즘 이명박정부의 권력남용을 걱정하는 이들의 생각도 그렇다.

힘을 써야 할 곳에는 뒷짐을 지고 섰다가, 사소하고 하찮은 일에 무자비하게 권력의 방망이를 휘두르는 ‘헤라클레스의 몽둥이’가 연상되어서다.

 제주대 직선 총장 임용후보자에 대해 임용제청을 거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빗나간 권력행사도 마찬가지다.

 ‘제주대 총장후보 임용문제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에 근거하면 그렇다.

 교과부는 임용부적격 사유를 ‘영리행위 금지와 겸직허가 위반 때문’이라 했다.

임용 1순위 후보자가 무주택 교수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익적 무료봉사 활동을 ‘부적격 사유’라고 억지로 끼워 넣은 것이다.
 
비록 이것을 국가공무원법 및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으로 짜 맞추었다고 해도 이는 징계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진상조사위의 판단이다.

해당 법규를 해설한 행정안전부의 ‘국가공무원 복무 징계 예규’의 ‘금지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과부의 제주대총장 1순위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정은 지나친 권력 남용이다.

대학의 자율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관료조직의  권력횡포가 아닐 수 없다.

총장추천위가 재심의 요구

‘겸직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교과부의 부적격 사유인 경우, 진행 과정을 보면 사실상 겸직허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임용 1순위 후보자가 활동했던 교수아파트 모델하우스 오픈식에 겸직허가권자인 당시 총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고 준공식에도 총장을 대신하여 대학원장이 참석해서 치하했다.

 그리고 건설관련회사와 건축시공기술사에 총장명의의 감사패까지 전달했다.

그렇다면 겸직허가권자인 총장이 겸직을 허용했거나 묵인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겸직허가 받지 않았다’고 억지 부리며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옹’식이다.

아무리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도 ‘교과부의 월권과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이 진상조사위 측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위는 “교과부의 임용제청 거부 결정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대 총장추천위원회도 이를 근거로 교과부에 1순위 후보자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교과부의 재 추천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사실 이는 재심의 사안일수가 없다.

 교과부가 마땅히 1순위 후보자를 임명 제청해야 할 직무인 것이다.

 이번 제주대총장 임용의 파행을 지켜봐온 도민 사회에는 각종 관련 의혹과 황당한 설(說)들이 난무하고 있다.

교과부의 권력남용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官選총장 수순 밟기 아니냐

 우선 제기되는 것이 정부의 ‘제주 홀대론’이다.

도세가 약한 제주지역 총장정도야 아무렇게 휘둘러도 “찍소리 못할 것“이라는 권력의 오만과 독선에 의한 지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 권역의 국립대 총장 후보자였어도 이처럼 ‘깜도 안 되는 이유’로 임용제청을 거부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 관선 총장제를 겨냥한 실험용으로 제주대를 먹잇감으로 골랐다는 분석도 있다.

 다음은 총장 임용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관료조직의 거부감이다.

임용후보자의 활동이 야성(野性)이라는 판단에서 배제 시키려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중앙집권적 관료조직의 오만과 권위주의 의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임용후보 당선 후 임용후보자가 교과부 등 관료조직에 머리 조아리는 등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괘씸죄’에 걸려 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다 제주대학본부측의 무능과 무책임과 무소신도 비판대상이다. 대학본부측이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한 ‘미필적 고의‘가 아니냐는 것이다.

총장후보 선거가 끝나고 5개월 넘도록 수동적 자세로 일관했고 진상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겸직허가 관련 문제는 대학 측이 적극적으로 ‘사실상 겸직허용이나 묵인 사실’을 교과부측에 알렸다면 사태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떤 경우의 수‘든 제주대학인은 물론 제주도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는 모욕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번 총추위 측의 총장임용후보자 재심의 요구는 교육부의 각성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교과부가 이성적 접근을 통해 잘못된 권력행사를 반성하고 순리로 문제를 풀라는  주문인 셈이다.

 권력은 아무렇게나 휘둘러 애꿏은 사람들을 두드려 패라고  쥐어 준 망치가 아니다.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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