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나는 세계수중촬영대회 훈련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적이 있었다.
적도에 가까운 열대지방이라 그런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뜨거운 열기에 숨이 막혀 온다.
아니나 다를까 공항밖으로 나가는 순간 뜨거운 햇빛에 살이 타들어가는 것 같고 그늘 밑에서 햇빛을 피해도 저절로 흐르는 땀에 옷이 젖는다.
그리고 목적지로 가기위해 공항주변에 대기중이던 택시에 탑승하였다.
현재 필리핀은 우리나라보다 경제나 생활형편이 좋지 않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가다보면 도로 한가운데에 거지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것이 흔히 보이는데 이 거지들이 택시유리창으로 손을 집어넣어 손님의 목걸이나 귀걸이를 채어가버리는 절도사건이 빈번히 일어나 택시를 타면 유리창을 열지 않거나 문을 잠가버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역시 필피핀은 아직까지는 후진국임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목적지인 퀘존시청까지 가면서 유독 오토바이가 필자의 눈에 뜨인다.
직업이 경찰관이라 그런지 오토바이에 탑승한 운전자들이 안전모를 착용하고 운행하는가를 무의식적으로 확인한다. 외국에서까지도 직업의식은 어쩔수 없는 것 같다.
택시로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2시간 동안 수많은 오토바이가 지나갔는데 오토바이의 운전자들은 하나같이 무겁고 단단한 안전모를 착용하고 운행을 하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뒤에 탑승한 동승자도 똑같은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뜨거운 햇빛아래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와 보였다.
우리나라의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여름철이 다가오면 더워서 안전모를 쓰지 못하겠다며 일반 태양모자를 쓰고 운행하다가 단속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러한 환경을 종종 접했던 필자에게는 필피핀 사람들이 무더운 가운데에도 안전모를 꼭 착용하는점에 대하여 상당한 궁금증이 유발되어 그냥 참고 넘어가기가 힘이 들었다
그래서 택시기사에게 물었다. 경찰의 단속이 심해서 안전모를 착용하는가? 대답은 NO, 그러면 위반에 대한 범칙금이 강해서 그런가? 역시 대답은 NO, 그럼 왜 안전모를 모두 쓰고 운행하는가? 라는 물음에 택시기사의 답변은 ONLY SAFE ! WHY? 라는 짧은 답변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택시기사의 답변인즉 단속때문도 아니고 강력한 법집행력 때문도 아닌 오직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착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난데없이 왜 물어보냐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순간 필리핀보다도 선진국에 살고 있는 내 자신이 참으로 창피하게 느껴졌다.
필리핀 사람들은 비록 후진국에 살고 있지만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준수하는 교통법규 질서의식 만큼은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 수준임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교통질서 의식은 어떠한가? 더운여름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추운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도 한국의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안전모를 착용치 않는다.
동승자의 일부는 안전모를 착용치 않아도 괜찬은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교통법규 질서의식은 후진국 수준인 것 같다.
매년 안전모 미착용으로 인한 교통사망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기 위해 어쩔수 없이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식보다는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서 스스로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필리핀 사람들의 인식과 같이 우리나라도 국민의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 인것 같다.
좌 동 진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