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어느 후배에게 들은 얘기다.
조카만큼 젊은 그 후배에게는 칠세정도의 아들이 하나있다. 아내와 이별한 후에 재혼할 생각도 해 봤으나 어머니 그리움에 차있는 아들을 구김살 없이 키우기 위해 싱글로 견디는 후배다.
하루는 퇴근해서 보니 아들은 자기 방에서 숙제를 하는 것 같아서 아들을 찾을까 하다가 피곤해서 이불 깔아진 침대에 벌렁 두러 누웠는데 침대위에 뜨거운 것이 엄습해서 일어나 보니 끓인 라면그릇이다.
후배는 아들이 라면을 먹다가 치우지 않고 자기 방으로 간 것으로 생각해서 아들을 불어서 잘 정리 안했다고 때렸다는 것이다.
아들은 울면서 다시는 잘 하겠다고 처음부터 사정했다.
침대에 업질러진 라면을 치우면서 아들에게 제차 물어 보니 아들의 대답은 아버지가 가스나 전기 등 가전제품들을 절약해서 자주 키지 말고 모든 것을 천천히 참하게 하라고 해서 아빠 올 때까지 천천히 식히기 위해서 침대 이불 속에서 천천히 라면을 식히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후배는 이 말을 듣고 혼자 욕실에 가서 한참이나 울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찡하며 목에 어떤 무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은 것이 마음을 미어지게 했다.
이 후배는 자신의 신세가 서럽고 아들의 고은마음에 행복해서 속절없이 소리 죽여 울었다고 했다.
그렇게 울고 나니 마음의 더 후련해지고 행복해지더라고 솔직 털어 놓았다.
이 후배의 울음은 아들에 대한 사랑의 울음이다. 이 후배는 행복한 울음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울음도 행복일 수 있다. 이 후배가 먼저 간 아내만을 생각하며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만 생각했다면 행복한 울음은 없었을 것이다. 삶의 행복조건은 마음이다. 행복의 진정한 의미는 주관적 느낌이다.
행복의 조건이 개관적 요소라고 한다면, 행복감은 주관적 요소다. 우리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행복을 찾는데 있는 것이다.
요즘 어느 정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면서도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또 행복 할만한 조건을 별로 갖추지 못하면서도 행복을 누리는 이들도 있다. 원인의 무엇일까?
유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맹자의 말을 빌리면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도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요컨대 삶은 마음이라는 말이리라.
“삶은 자기가 결심한 것만큼 행복해 질수 있다.”고 링컨은 말했다. 모든 삶은 마음의 문제다.
우리들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마음을 비우라는 말은 초등학생들도 자주 하는 진부한 말이다.
마음을 비우라는 말은 욕심을 줄이라는 말이다. 욕심을 버리고 소박한 삶을 산다면 주관적인 행복감은 자신의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삶이란 비우지 않으면 채워지지도 않은 물 잔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밀레의 만종(晩鐘) 그림에서 마음을 비운 삶의 메타포를 발견한다. 나는 그림을 잘 모른다.
그러나 만종 같은 사실화는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느낌이 온다.
이 그림을 유년시절부터 좋아 했다. 저녁 성당 종소리를 들으며 하루의 밭일을 마치는 가족 그림을 보면 우선 마음이 평온하다.
꼭 마음을 비운 농부가족 이다. 만종을 보면 인생의 시와 진실의 세계를 가르쳐 주는 것 같아 행복하다.
그리고 저녁 종소리를 들으면서 기도드리는 그림속의 농부들은 사랑으로 사는 가족이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생명이 아니다. 사랑을 먹고 사는 생명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자가 필요한 동시에 내가 사랑할 생명이 필요하다. 사랑이 없는 생은 결코 행복할 수 있는 생이 아니다.
사랑은 행복의 키다. 사람은 사랑하는 기쁨과 사랑을 받는 보람을 가질 때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축복하고 싶어진다. 건강해서 일하는 기쁨은 행복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남자는 일에 살고 여자는 애정에 산다는 말이 있다. 일도 우리에게 벗을 주고 건강을 주며 삶의 보람을 주는 것이다.
행복한 삶은 아무리 돈이 많고 명성이 높고 좋은 가정을 갖고 재능이 뛰어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은 다면 어떻게 도리가 없는 것이다. 마음을 심을 항산(恒産)이 없는 것이다.
앞에서 부인과 사별한 후배는 사랑을 심을 수 있는 항산(恒産)이라는 빈 그릇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억지 춘향 같은 말이라고 하는 분도 있을 태지만 말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