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는 "최고 인재에게 최고 대우를 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공무원들에 대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처럼 능력에 따라 최고의 연봉과 초고속 승진을 보장하고 있다.
연봉 2억원을 넘게 받는 사무관들이 전체의 2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직업 중 선망의 대상은 단연 공무원이다. 당연히 엘리트코스를 밟아야 만 공무원에 임용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정부 효율성' 부문 세계 1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에 랭크돼 있다.
자원이 없는 싱가포르가 1인당 GDP 4만달러에 육박하는 아시아의 부국, 세계 최고의 국가경쟁력을 갖게 된 데는 공무원의 경쟁력이 곧 정부의 경쟁력으로 직결됐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공무원들의 의식구조 속에는 기업인을 유치하기 위해서 스스로 경쟁국에 비해 정책 우위를 점검하고 수정하는 능동적인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
공직자 채용에서 우리와 달리 고시제도 없이 성적과 면접을 통해 100% 개방형으로 선발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 산하 공공서비스위원회(PSC)는 취업과 경력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다만 채용 뒤에는 실적에 따른 연봉제를 엄격히 적용해 매년 10% 정도의 물갈이를 단행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공무원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만큼 공직자의 부정부패란 있을 수 없다.
공직자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돼 있을 경우에는 엄격한 법집행이 이뤄진다.
매년 가족 모두의 재산과 투자액 변동사항을 신고해야 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재산이 발견될 경우 전액 몰수당한다.
부정행위가 발각된 공무원은 민간기업의 취업도 금지돼 사실상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등 관료들의 부패가 없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최고위층 권력형 비리에서부터 말단 사회복지 공무원의 복지비 횡령이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청렴하다는 제주도 공무원들의 태풍 재난기금 횡령 사건은 제주도도 일상화.구조화된 공직 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와 기금 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공직 사회의 청렴성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직 윤리 수준에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공직 부패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제식구 감싸기, 온정주의 문화도 문제다.
감사위원회가 도지사 직속으로 있는 한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란 더욱 요원하지 않느냐는 지적은 논란이 일기 충분하다.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도지사에 집중된 권한만큼이나 재량권이 확대된 일부 '특별 공무원'들의 의식도 문제다.
기업하기 좋은 국제자유도시라고 떠들어대면서 정작 투자자에게 상전 노릇하는 공무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랄 판에 '안되는 쪽으로만' 규제하려는 권위주의 행정은 이제 개선돼야 한다.
투자 기업에 각종 법.조례에 의해 행재정 지원을 하면서 마치 자신이 은혜를 베푼 것인 양 생색내는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상급자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인 행정 행위를 하는 복지부동 공무원.
오로지 도지사 재선을 위해 득표에 도움이 되는 행정만을 펼치는 '표가 나는' 전시행정만 일삼는 공무원.
주민 의식만 탓하는 무책임한 공무원.
개방형 공직을 확대해야 하면서도 정작 외부 인재를 차단하는 폐쇄적인 인사 행태.
부정부패가 없는 자치도, 효율적인 행정을 펴는 자치도, 투자(기업) 하기 좋은 자치도가 되기 위한 제도 개선이 마련되고 있지만 자치도 공직자의 의식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
행정 제도와 절차, 근무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어 부패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보고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진정한 특별자치도,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국제자유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 등 싱가포르의 법 제도만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공직자의 자세부터 먼저 배워야 한다.
임 성 준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