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해 지출하는 여성의 소비성향
남녀의 소비성향을 비교해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카드지출이 많지만, 대부분 여성을 위한 지출인 반면 여성은 자신을 위한 지출이 더 많다고 한다. 맞벌이가 대세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남성은 돈을 버는 주체이고, 여성은 돈을 쓰는 주체이다. 나를 보더라도 남성이 여성에 비해 소비욕구도 떨어지고, 돈을 잘 못쓴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남녀의 소비성향을 기가 막히게 표현한 문장이 있다.
「여성은 절반가라면 필요 없는 물건도 사고, 남성은 필요하다면 두 배 가격에도 산다.」여성의 장바구니는 꼭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도 얼마든지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가정생활을 운영하기 때문에 자연히 지갑을 열 기회가 많이 생기고, 많은 제품의 구매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화여대를 비롯한 여대 앞,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흔히 테스트 마켓(test market)이 된다. 여성들이 많이 팔아주면 장사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 마케팅에서 여심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쇼핑 중독의 이면 들여다보니
이렇게 여성들이 돈 쓰는 데 비상한 능력이 있다 보니 부부 생활에서 여성의 소비성향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쇼핑채널이 많고, 우편함에는 홈쇼핑 카다로그가 넘쳐나는 쇼핑천국에 살다 보니 자연히 쇼핑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훨씬 재미있지 않은가.
내가 아는 한 30대 부부도 부인의 쇼핑중독증으로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남편은 월급을 부인에게 통째로 맡기고, 용돈을 타쓰면서 살림에 대해서는 거의 관여를 안하는 편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카드 내역서에는 대금이 수백만원대, 연체료도 몇십만원이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대부분 부인의 옷과 화장품을 사는 데 쓰였다는 것이다. 처녀 때 입던 옷이라는 것들이 전부 생활비를 축내면서 사들인 것이었다.
그래도 놀라운 것은 남편의 대응이었다. 부인을 추궁하기보다는 왜 그런 과소비를 했는지를 물었고, 부인은 산후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인해 저조해져서 쇼핑을 통해 기분전환을 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남편은 부인이 바람이 나서 자기 몸치장을 하는지 겁이 났었는데, 그게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부인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부인 역시 쇼핑이 아닌 다른 취미생활을 하겠다고 서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아내 쇼핑중독 탓하기 전에 나는 일 중독이 아닌지…
이처럼 원래 사치스러운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부부생활의 권태와 허탈감을 쇼핑을 통해 해소하거나, 자신을 위해 돈을 쓰면서 자기애를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당사자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지만, 배우자나 가족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래서 치료가 필요하다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파트너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통로가 적어지면 쇼핑으로 풀기도 한다. 아내의 쇼핑중독을 탓하기 전에, 남편은 일중독이 아닌지, 혹은 아내를 외롭게 한 것은 아닌지, 자신을 되돌아 본다면 쇼핑중독이 가정파탄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관계를 더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웅 진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