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장 설립배경
“씨감자 우리가 책임진다”
농산물원종장에 들어서면 첫 눈에 들어오는 홍보글귀다. 그만큼 우량 씨감자에 관해서는 자신만만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기까지 원종장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해본다.
감자가 경제작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수량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건강한 무병씨감자의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나라 감자 재배농가들은 정부 보급종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보급율도 전국 평균 22-27%로 4년에 한번 씨감자를 갱신할 수 있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농가의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제주도 보급률은 5-10% 안팎으로 20년에 한번 씨감자를 갱신하나말까였다. 이 같은 씨감자의 공급 부족은 비규격 씨감자를 정부 보급종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씨감자가 7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판매, 감자재배농가는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90년대 후반 안정적인 씨감자 공급체계와 우량씨감자 공급문제는 제주지역의 가장 큰 현안으로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제주도의회 농수산재경위원회가 조례 제정을 발의, ‘97년 1월 15일 ’제주도농산물원종장 설치 조례‘가 ‘ 제정됐다. 제주도는 이를 바탕으로 ’99년 농산물원종장설치기획단을 설치, 북제주군 애월읍 951번지 일대 부지 63ha(약 20만평)를 매입, ‘02년 3월 제주도농업기술원 기구로 원종장이 개장된 것이다.
원종장은 개장 2년만에 세계최초로 우량씨감자 급속증식 기술을 개발, 이를 실용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연간 기본종 120만개를 생산해내 씨감자 3년1기 갱신의 결실을 거뒀다.
강원도등 타시도가 5년1기 단위로 씨감자를 갱신하고 있다는 점과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15만개의 기본종을 생산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실로 엄청난 연구결과와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전국 최고의 시설과 규모를 자랑하는 원종장은 지금 제주의 제2소득작물로 급부상한 제주산 감자의 모태이자 든든한 아버지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 없는 원종장 공급 씨감자
올해 가을감자는 원종장산 씨감자로 원종장 개장이후 100% 재배되고 있다. 원종장과 시군농업기술센터, 농협 등 생산자단체와 협력, 연간 440t의 씨감자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데서 비롯됐다.
원종장은 개장 원년인 ‘02년에 원종장산 기본종을 이용, 199t의 씨감자를 생산한데 이어 ’03년에는 228t 등 총 427t의 원종급 씨감자를 생산해 냈다.
특히 지난해는 대정, 안덕, 구좌, 성산농협 채종단지에 원종장산 씨감자 510t을 보급했다. 즉 원종급 씨감자의 1세대는 원종장과 각 시군농기센터에서 키워진 후 농협 채종단지에서 최종적으로 증식시킨 후 이를 생산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기간으로 따지면 양액재배 6개월, 채종 6개월, 농협 채종 6개월 등 1년 6개월이면 우량씨감자가 농가에 보급된다.
한마디로 제주에는 종자보급소가 없는 대신 원종장이 타시도의 시험장, 원종장, 종자보급소 등 3개 기관의 역할을 모두 하고 있다.
이미 올해 봄 감자 재배용 120만개의 씨감자 가운데 70만개가 시군센터 증식용으로 공급, 채종단지 1세대 씨감자 중 봄재배용 감자 81t이 11개 농협 채종단지에 공급됐고 여기에서 증식된 970t의 씨감자가 가을재배용 작목반별로 공급된다. 또한 원종장은 자체 생산한 60t을 지역농협 가을재배용 감자로 공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종장은 농협 채종단지 97개 포장에 대해 바이러스를 점검, 무병의 씨감자 생산에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한 곳의 포장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원종장에서 보급하는 씨감자는 2년이상 재배해도 감염률이 낮아 3-4회 더 사용이 가능하다.
만약 원종장의 씨감자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감자에 가장 치명적인 더뎅이병을 비롯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고령지농업연구소 바이러스 전문가를 초청, 도내 감자 포장내 바이러스여부를 정밀진단한 결과 씨감자 출처를 알 수 없는 일반농가 포장의 바이러스 감염율은 30%이상 높게 나왔다. 2개 이상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복합감염율도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에 걸린 씨감자를 심으면 수확량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60%까지 생산량이 감소되는 결과를 초래, 생산농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특히 바이러스에 걸리면 치료 약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밖에 없다. 때문에 조직배양에 의한 우량씨감자를 생산 공급하는 길밖에 없는 실정이다.
바이러스 없는 씨감자 공급처는 아직까지 원종장이 유일한 실정인 셈이다.
원종장의 향후 계획과 개선점
농산물원종장의 역할은 우량씨감자 생산 보급에 있다. 우량씨감자가 일반농가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조직배양→양액재배→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일반농가의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씨감자의 갱산은 생산능력의 자연퇴화 및 바이러스 방지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조치다. 제주지역의 경우 원종장의 역할로 인해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3년1기의 갱신이 정착됐다.
원종장은 양액재배 120만개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시설을 갗추고 있다. 이를 토대로 110t의 1세대 기본식물을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생산하고 있다. 이 단계를 거쳐 2세대 원종급 씨감자가 원종장 및 농협 채종단지에서 증식돼 440t의 씨감자를 생산하게 된다. 이를 주산지 농협 작목반 채종단지에서 공급받아 증식해 3300t의 씨감자를 생산, 재배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3년1기 갱신정착에 이어 2년1기 갱신까지도 가능한 실정이다.
원종장은 이제 오는 2006년까지 △감자 기본종 △기본식물 △원원종 씨감자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네덜란드 등 국내외에서 종구를 들여오는 백합종구 구입비 연간 17억원의 외화를 줄임과 동시에 도내 화훼농가소득을 위해 씨백합 생산연구에 돌입, 백합종구를 5년1기 갱신 및 자급체계를 갖춰나갈 방침아래 지난해 씨백합 기본종 5만구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되면 씨백합소구 50만구 생산 공급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감귤 신품종 개발을 위해 한라봉, 세또까 등 10품종 어린묘목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종장은 이 같은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2단계로 2006년 이후에는 당근, 양파 등 지역특성에 맞는 농산물 종자 공급과 식물 유전자원의 보존 및 제주도 자생식물 자원화에도 심혈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다.
문제는 이를 위한 예산과 인력 지원이다.
원종장의 올해 예산은 시설비에 편중된 170억원 안팎이다. 정원도 지도사와 지도관 등 9명이 연구 개발직이고 나머지는 행정직 2명, 기능직 6명에 불과하다.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곳과 시설 확대를 위한 계약직 등 인력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원종장 관계자는 “연구 개발직은 현재로서는 충분하지만 20만평에 가까운 원종장의 각종 시설관리와 앞으로 시설물 설치 및 부지 정리 등을 위해서는 기능직 보강 및 일반 계약직의 확충과 이에 따른 예산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제2소득작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씨감자의 자급에 성공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앞으로 제3, 제4의 소득작목을 개발, 이것이 감자처럼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매김되기 위해원종장 직원들의 부르는 희망가는 지금도 한라산과 오름자락을 타고 농가에 울려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