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많이 한 말은 무얼까? 아마 “국민을 섬기겠다”일 것이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입에 달고 살았고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서번트 리더십’까지 국정철학으로 제시됐다. 그래서 시민들의 광장 진입을 막거나 행진을 막기 위해 방패막으로 둘러친 경찰버스 옆면을 보면 “늘 겸손하고 친절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고 씌어져 있다.
경찰청장 vs 전경대원, 맞짱 뜨게 될까?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 벌어진 대한민국의 ‘섬기는 경찰’ - ‘서번트 폴리스’ 이야기.
30일 경찰이 분향소 천막을 철거하고 영정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분향소를 경찰버스로 둘러싸 막으니 ‘추모 분위기가 더 아늑하다’고 하던 그 자리. 영결식 끝나자마자 분향소 뜯어내 버리니 이번엔 가슴이 탁 트이며 시원할까? 주상용 서울경찰청장 이번에는 신중하게 답변했다. “해당 의경들이 실수한 것이다. 서울광장을 다시 봉쇄하려고 했던 것인데 의경들이 작전지역인 서울광장을 벗어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서울광장만 막으라 했는데 실수로 횡단보도를 건너가 대한문 앞을 정리해 버렸다는 해명이다. 여기에 대해 현역전경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30일 새벽 5시30분, 대한문 분향소 시청역 2번 출구에서 제가 본 건 경찰 수뇌부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분향소를 철거하고 때려 부수는 모습이었습니다. 작전 지역을 벗어난 일부 의경들의 실수라구요? 제 휴대폰 카메라에 찍힌 동영상에는 적어도 100명 이상의 병력이 분향소를 포위하고 있고, 전경들이 천막을 철거하고 집기를 부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철거를 지시하고 지휘하는 내용도 녹음되어 있습니다. 100명도 넘는 대원들이 집단탈영을 했단 말입니까? 그럼 지휘하는 사람은 뭡니까? 날이 새도록 지휘에 잘 따르던 전경,의경들이 왜 그 때만 유독 작전지역을 벗어나 집단탈영을 계획해 분향소를 부숩니까? 분향소 강제철거문제와 전의경을 도구와 기계로 여기는 근무환경에 대해 저랑 맞짱 토론해 주실 것을 제안합니다. 6월4일 목요일까지 시간장소를 정해 연락주십시오. 제 전화 010 - **34 - **98 번입니다'
이 전경대원은 차라리 육군으로 옮겨 근무하겠다고 육군전환 복무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대원이라고 한다.
대통령님,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1년 전엔 컨테이너 박스로 쌓은 ‘명박산성’이 앞을 가로 막아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명박산성’이라 부를 구조물이 없다 하더라도 국민 상당수가 정부가 쌓은 거대한 장벽을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국민들 마음속의 장벽은 결국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① 윈지코리아컨설팅 (3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전화여론조사. 오차범위 95%± 3.1% )
민주당 지지율 27.3%
한나라당 지지율 20.8%
(2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례여론조사에서는 민주 20.8%, 한나라 21.5%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좁혀져 뒤집기가 예상되던 상황. 촛불 정국에서도 뒤집히지 않았던 여야 지지율이 드디어 4년 만에 역전된 것)
② 리서치플러스, 한겨레신문여론조사 (조사 방식과 오차한계는 윈지코리아컨설팅과 동일)
민주당 지지율 27.1%
한나라당 지지율 18.7%
윈지코리아컨설팅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응답자의 34.9%는 '청와대 등 현 정권의 책임이 크다'고 답했고 52.6%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식사과가 필요하다', 63.7%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했다'고 대답했다.
리서치 플러스, 한겨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6%가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 51.6%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사퇴해야 한다', 59.3%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보복이다'고 답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는 30.6%로 한달 전의 37%에서 6%떨어졌다. (리서치앤리서치조사 3월 10일 조사에서는 38.8%까지 상승했었으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5월27일 조사에서는 27.4%였고, 리얼미터 5월 26일 조사에서는 23.2%)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전날인 5월 28일 동아일보의 ‘일일 외국어 산책’ 영어공부 코너인 <잉글리시 리뷰>의 한 토막을 소개한다. A와 B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다.오늘 공부할 주제는 approval rating(지지도)로 영어 원문 생략한다.
A : 시위에 비추어 볼 때 국민은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B : 그렇게 보이겠지만 실은 대통령 지지도는 상당히 높아
A : 아, 그래? 그 시위집단이 모든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었나 보네.
관련된 유사한 표현은 He‘s well liked by everyone.(그는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어)
1일자 동아일보 논설실장 칼럼도 요약해 소개한다.
'국민장 7일 만에 피의자에서 순교자로 바뀐 듯하다.… 봉하마을 분향소에는 핵심측근과 열성 지지자들이 모여 밤을 새웠다.… 덕수궁 분향소는 제2의 촛불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전초기지 비슷했다.… 역발상과 승부수라는 맥락에서 가장 노무현스런 죽음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류신문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이다.
왜 동아일보 기자들이 분향소에서 신분을 감추고 취재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변 상 욱
CBS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