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최고 책임자에 대해 ‘제왕적 권력’이라는 표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반성하지 않는 권력에 대한 도민적 심판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첫째 도지사와 측근 공무원이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그 증거를 검찰이 강제로 수집하였기 때문에 증거로서 인정되지 않게 되었고 결국 도지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죄는 있지만 벌은 없었던 셈이다.
법의 취지는 증거를 강제로 수집하는 폐단을 없애 인권을 보호하려는 차원이었지만, 정작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자를 처벌하지 않는 나쁜 선례처럼 여겨졌다.
그런데도 도지사는 반성하지 않았다.
제주도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불명예의 굴레가 도민에게까지 미치고 말았다.
둘째 권력을 독점하고 전횡을 일삼았기 때문에 이제는 징치되어야 옳다.
도정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제주시장이나 서귀포시장 남북군 군수라는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를 없애더니 급기야 도정 전체를 손아귀에 넣고 기초자치를 파괴하는 병폐를 양산했다.
민주주의의 기초를 짓밟는 행위는 당연히 응징되어야 옳다.
셋째, 공무원 사유화도 문제다. 지역사회에서 공무원은 그 지역의 엘리트들이다.
그런데 그 엘리트들을 자신의 권력 하에 두려고 온갖 편법을 일삼았음을 우리 도민들은 잘 안다.
자기 밑에 줄을 서는 일부를 편애하면서 그들에게 승진 기회를 몰아주려는 시도를 자주 해왔다.
그래서 정직하게 묵묵히 일을 하는 다수의 공무원을 유린하였다. 비정치적 인재들이 정치적 공무원에 의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도 도박장 사업을 홍보하는 일에 공무원을 동원하여 토끼몰이식으로 전횡을 일삼으니 그 상처는 뼈에 사무칠 지경이 되었다.
공무원을 국가와 지역을 위하는 공무에 몰두하게 하지 못하고 도지사의 공약사업이나 선거운동에 이용하는 폐습이 재연될 수도 있다.
그래서 다수의 양심적 공무원을 지키기 위해서도 도지사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도지사 주민소환운동은 온전히 공익을 위한 것이다. 평화를 위하는 강정주민과 제주도민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공무에 충실하게 임하려 하는 공무원을 위한 일이다.
선거제도를 보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의 꽃을 제주에서 먼저 피워볼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도민을 무시하는 도지사는 소환당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다면 민주주의는 진전할 것이다.
도지사와 친소관계를 떠나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는 도민을 먼저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이번 도지사 소환운동은 제주도를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드는 사회적 밭갈이요, 문화적 김매기가 될 것이다.
허 남 춘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