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지방자치와 감성행정
[세평시평] 지방자치와 감성행정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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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의 정치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중앙에서의 통치행위만을 정치로 여기고 있으나, 지방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권력작용도 무대만 다를 뿐 ‘정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링컨이 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민주정치라면, 그 민주주의의 기초인 지방자치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지방의 정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주체는 당연히 주민이다.

그러므로 주민들이 해당 지역의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주민 전체가 한데모여 복잡미묘한 현안을 직접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므로, 대표자를 선거하여 그들로 하여금 주민을 대신해서 직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과 시장·군수·도지사가 이런 목적 하에 직선된 인적자원이다.

이들은 지역주민으로부터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공복(公僕)이기 까닭에, 지방자치의 궁극적 목표인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매진하여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지니고 있다.

 선출된 수임자(受任者)로서 그 직분을 다하려면, 우선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의 건전한 의사(意思)를 존중하고 이를 행정에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과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

주민들을 만나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면서, 그들의 애로(隘路)와 소망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명쾌하게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행정이야말로 지방자치의 장점을 십분 살리는 주민본위의 행정이라 할 수 있다. 지방행정의 특징은 생활행정이면서 대화행정이라는데 있다.

자치행정이란 주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직결되는 사무와 복리증진에 관한 업무를 취급하면서, 한편으로는 주민들과 부단히 접촉하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집행하는 활동인 것이다.

 제주도내 행정기관에서 얼마 전부터 ‘감성행정’을 주창하고 나섰다. 반가운 일이다. 박영부 서귀포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고 발로 뛰면서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바라는지를 파악하여 적절하게 마무리해 줌으로써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바로 주민자치의 특성에 근거하여, 휘하 직원들에게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감성(感性)은 이성(理性)에 반(反)하는 개념이다. 이성이 냉철한 머리라면, 감성은 따뜻한 가슴이다.

감성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오관(五官)을 통해 어떤 대상을 깨닫고 이해하며 반응하는 성질’이다.

이에 대해 이성은 ‘사물을 옳게 판단하는 힘, 또는 진위(眞僞)·선악(善惡)을 식별하는 능력’이다.

 의미야 어쨌든 우리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로는 이성보다 감성에 더 호감이 간다. 이성은 딱딱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드는데 비해, 감성은 부드럽고 인정이 넘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감성행정을 중요시하는 학자들은 “감성은 인간본성에 내재하는 것”이라면서 “머리보다는 가슴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성행정은 감성화를 도모하는 행정이다. 감성행정은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주민 친화적·고객 지향적 행정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감성행정에서는 공무원 자신의 의식전환은 물론, 복장·용모와 언어·태도 등 모든 것을 감성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주민들에게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감성행정에 앞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행정은 어디까지나 감성에 치우치지 않고, 기본적으로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을 이성적으로 냉정하고 충실하게 해야만, 민주주의의 제반 원칙과 법질서가 확립되고 이를 토대로 안정된 경제활동과 복지사회가 보장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행정을 필요로 하는 것은 ‘주민의 행복’을 진정으로 완성하기 위해서이다. 주민들에게 안녕과 행복을 안겨주는 행정, 상상만 하여도 흐뭇하지 아니한가.

 溪 山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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