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자금조례案 수정돼야 한다
[사설] 학자금조례案 수정돼야 한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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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조례규칙심의위원회가 지난 19일 전체 회의를 열고 민주 노동당이 제출한 ‘학자금 지원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 안(案)’을 수리했다고 한다.

 이 조례안은 다른 조례와 달리 민노당이 제주도민 5557명의 서명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즉 지방자치법상의 주민 발의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당초 이 조례안의 서명자 명부에는 모두 6842명으로 기록 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서명자 사실 확인 결과 그 수는 1285명이 줄어든 5557명으로 판명 되었다.

지방자치법에 의한 주민발의 요건은 충족이 된 셈이다.

 제주도조례규칙심의위가 전체회의에서 내용의 타당성 여부에 관계없이 ‘학자금 조례안’을 수리키로 결정한 것도 바로 주민발의 요건 충족에 따른 것으로 보여 진다.

 따라서 제주도는 향후 2개월 이내에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하게 되는데, 이때 제주도가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조례 내용이 어떻게 수정될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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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당이 주민발의 형식으로 제출한 ‘제주도학자금지원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 안(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매우 후(厚)하다.

 우선 제주도 지사는 대학생 학자금의 이자 지원을 위해 기금을 설치, 운영해야 한다.

그래서 제주에 주소를 둔, 국내 대학 재학 중인 모든 학생들의 대출 학자금 이자를 전액 보조해 주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연간 소득이 6000만원을 넘는 상류 부유층 자녀들에게도 학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하라는 얘기다.

이 얼마나 도민 세금의 넉넉한 씀씀이가 될 것이며, 푸근한 마음 씀씀이가 될 것인가.

 하지만 분별없이 후(厚)하다고만 해서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넘치는 것이 모자람만 못할 경우도 있는 법이다.

국가의 ‘정부보증학자금 대출이자 지원기준’도 연간 소득이 2808만원 미만인 영세 서민 가정의 학생이라야 7.3%의 이자 전액을 지원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경상남도와 전라북도에도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조례’가 있지만  이들 지자체 역시 가계의 소득 정도에 따라 이자를 차등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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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도세(道勢)가 그리 강하지 못하다. 도민이 내는 세금 역시 다른 시-도에 비해 많지가 않다. 때문에 재정자립도는 전국 하위권이다.

상류층-부유층의 대학생에까지 풍덩풍덩 학자금 대출 이자 전액을 도와 줄 형편이 못된다.

 설사 제주도가 전국의 어느 자치단체보다도 도세가 크고 세수(稅收)가 많으며 재정자립도가 높아 능히 고소득 계층의 자녀들에게까지 학자금 이자를 지원해 줄 능력이 있더라도 그런 일은 삼가야 한다.

개인적 득(得)은 있겠지만 사회적 실(失)이 너무 클 것이기에 그렇다.

 지금의 제주도학자금 지원조례안이  그대로 의회에서 통과 된다면 그것은 제주사회의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을 부채질하는 꼴이며, 서민들의 위화감과 실망감을 부추기는 일이다.

또한 빈약한 제주도의 재정을 압박하게 되고 결국에는 도민들의 세부담(稅負擔)을 무겁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제주도와 의회가 학자금 조례와 관련해 어떤 의견을 제시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심의 해 갈는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지만 부의 균점을 지향하는 뜻에서도 수정돼야 한다.

 우리는 부유층을 포함한 모든 대학생들에게 학자금 대출 이자를 무차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제주도와 도의회의 납득할만한 협의와 심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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