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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주 세계델픽대회 유홍준 조직위원장이 돌연 사퇴해버리자 본란을 통해 우려를 표명한바 있다.
미처 4개월도 채 남아있지 않은 델픽대회가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해서다.
세계 델픽대회는 올해가 3회째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그 연원은 유구(悠久)하다.
지구촌 문화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때문에 만에 하나 이번 세계델픽대회가 크게 차질을 빚는다면 제주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체면이 깎인다.
우리가 이미 본란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델픽대회만은 꼭 성공시켜야 한다”고 촉구한 까닭도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제주도 의회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엊그제 열린 문화광광위원회에서도 여러 문제들을 따졌다. 예산 확보의 부진, 저조한 참가국 유치 실적, 대회 준비 상황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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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 그렇다.
대회 개막일은 다가오는 데 예산, 참가국, 조직 구성원, 시간 등 모든 게 부족하다.
한두 가지만 미비해도 사업 추진이 어려울 텐데 제대로 채워진 ‘그릇’이 없다.
소요 예산만 해도 총 60억 원 중 12억 원이 아직 확보돼 있지 않다.
국비-도비(道費) 부담은 해결이 됐으나 민자(民資)가 문제다.
민간 지원으로 20억 원을 계획 했으나 현재 확보된 것은 8억 원뿐이다. 전체 예산 중 6분의1이 펑크 중이니 작은 일이 아니다.
참가국 유치 실적도 매한가지다.
당초 40개국 1500여명 유치가 목표였으나 현재 참가 확정 국이 10개국뿐이다.
이 역시 4분의1이 진행형 펑크 상태다.
조직도 지금 허(虛)한 상태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거니와 유홍준 조직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계속 공석 중이다.
지구촌 문화올림픽의 거대 조직에 수장이 비어 있다.
뱃사공이 여럿이면 배가 산으로 간다지만 선장이 없는 배는 표류하기 쉽다.
우리가 최근 조직위원장의 조속한 인선을 주문한 것은 그저 해보는 얘기가 아니다.
조직이라도 제대로 가동돼야 할 게 아닌가. 시간 또한 넉넉한 편이 아니니 마냥 허송세월할 처지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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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주 세계델픽대회가 어려움에 처한 데는 이유가 없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각국이 경제난을 겪고 있다.
그리고 대내적, 지역적으로는 6월 1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해군기지-영리병원-영어교육도시 문제 등등 시급한 주요 현안들이 쌓여 있다.
이러한 일들은 델픽대회 추진에서 잠시 눈을 떼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 세계델픽대회를 둘러싼 모든 우려들이 현실이 되도록 해서는 결단코 안 된다.
우리는 다시 촉구한다. 관계당국과 조직위원회 측은 재빨리 위원장 인선을 끝내야 하며, 부족 예산확보와 참가국 유치 교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제주도 당국자의 얘기로는 우선 코앞에 다가 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끝내고 나서 델픽대회에 올인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회 준비 기간 내에 이미 참가 공문을 보낸바 있는 110개국을 대상으로 유치 활동을 벌이는 한편 예산 확보의 해법도 찾겠다는 복안이다.
우리는 이 당국자의 말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돼 지금까지의 우려가 우려로 끝날 것을 기대한다.
만에 하나 우려가 현실이 되는 날에는 다시는 이러한 세계적 행사를 제주에서 개최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 당국에서는 델픽대회를 정치 권력자들이 모이는 한-아세안 정상회의 보다 한수 아래에 두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결코 그렇지 않다.
문화 권력자의 모임인 델픽이나 정치권력자의 모임인 한-아세안 정상회의는 서로 높낮음이 없다.
모두가 똑 같이 중요하다. 당국자들은 이점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