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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대다수가 제주를 구경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대1 직접 대화에서도 그렇고 각종 여론 조사를 통해서도 그렇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남한 최고(最高)의 한라산, 그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풍치, 독특한 돌담-언어-해녀 문화, 그리고 세계자연유산 등 모든 환경이 탐방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디 이것뿐인가. 비행기로 한 시간 가량 바다를 건너면 닿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이국적인 정취에 싸여 향수까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국내 유일의 장소가 바로 제주 섬이다.
그런데 이렇듯 대다수 국민들이 제주관광을 희망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희망만큼 오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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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전국의 만15세 이상 남녀 1만2758명을 대상으로 ‘2008년 국내 여행실태 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 결과를 보면서 뭔가 공복감(空腹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여론조사에서 제주도가 ‘국민들이 희망하는 1순위 여행지’로 꼽힌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방문 관광지 순위에서는 3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경쟁 관광지인 강원-경기-경남-서울 모두에 뒤졌으니 공복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설문 결과, 조사 대상자 중 절대 다수인 34%가 제주를 희망여행지 1순위로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국인들이 실제 방문한 곳은 주로 강원-경기-경남이었다.
여행 희망지 설문에서는 이들 지역이 모두 14% 미만으로 제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음에도 실제로는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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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 관광객들이 ‘희망 여행지’와 ‘실제 여행지’를 두고 엇박자를 치는 데는 분명히 그럴만한 까닭이 있을 줄 안다.
그것도 절대 다수의 ‘희망 여행지’ 1순위 제주가 ‘실제 여행지’로는 중-하위로 밀려나고 있으니 문제가 있어도 이만저만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닌 듯싶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제주 관광을 희망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다른 지방으로 가 버리는 것은 ‘못 오거나’ ‘안 오는 것’ 두 가지 중 하나다.
당국은 이것을 밝혀내서 원인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우리의 판단으로는 ‘안 오는 것’이 아니라 ‘못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지 않을 제주’라면 애시 당초 ‘희망 여행지’로 꼽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만약 오고 싶은 제주임에도 불구하고 못 오는 것이라면 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항공좌석이 부족해서 못 오는 것이라면 제2공항을 건설해서 해결해 줘야 한다. 도민이 불친절해서라면 친절해야 하고, 음식 값이 비싸서라면 인하해 줘야 한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면 이 역시 마련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이 여러 가지 ‘못 오는 이유’ 중에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항공 좌석난이라고 단언한다.
제2공항이 건설 되지 않고, 항공 좌석난이 풀리지 않는 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제주에 오고 싶은 욕망과 관계없이 실제로 올 수가 없다.
당국은 관광객 유치 목표가 달성 됐다 해서, 5월 연후에 기록적인 여행객이 몰렸다 해서 제 흥에 너무 도취하지 말아야 한다.
목표는 올려 잡으면 미달이 되고, 기록을 깼다는 것은 전(前) 기록이 신통치 않았다는 뜻도 된다.
제주를 희망하는 여행객이 오고자 해도 오지 못하고 발길을 다른 데로 돌리는 일이 계속 된다면 제주관광은 희망이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