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실종사건 수사
[나의 생각] 실종사건 수사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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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05년 초 어느 일요일 아침 어떤 어머니가 “새벽녘에 외아들한테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와서, ‘깜깜한 곳에 갇혀 있다. 너무 무섭다’라고 얘기하다가 비명소리를 내고 전화가 끊겼다”라는 신고를 하였다.

  사례 2. ’08년 여름 독일인 부부가 신혼 여행차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입도 직후 중문에서 관광도중 부부싸움을 하였고, 부인이 그냥 화를 내면서 어디론가 가버린 후 남편이 계속 주변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다는 취지로 신고를 하였다.

  사례 3. ’09년 2월 카센타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동료가 2주전 육지에서 입도후 같이 일을 해왔는데, 5일전 자신과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새벽에 나온후 택시를 타고 갔고, 회사 숙소로 간 줄 알았는데, 숙소에도 오지 않고 아무 연락이 없으니 심히 걱정된다”는 요지로 신고를 하였다.

  이런 유형의 신고를 접하게 되면, 실종의 원인이 범죄에 의한 것인지, 사고에 의한 것인지 알수 없고 교통사고, 추락, 익사 등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선을 선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선, 실종자와 마지막 순간 함께 있었던 사람들, 회사동료, 가족, 친구들의 진술청취는 물론이고, 실종자의 이동 동선상에서 목격했을 지도 모를 사람을 찾아 실종자의 행적을 확인하는 것이 탐문수사의 핵심이 된다.

  탐문을 하다보면 때론 호의적인 시선으로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흔쾌히 도와주려는 분들도 있고, 때론 ‘왜 경찰이 나를 귀찮게 하느냐’며 항의하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의 가족이 그런 일을 겪는다 생각하시고 도와 달라거나, 경찰에 협조하는 것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설득을 하게 된다.


  탐문과정에서 CCTV는 커다란 도움을 준다. 시간정보와 함께 고스란히 기억을 재생시켜 주기기도 하고, 사람의 기억은 주관적 편견이나 선호도에 따라 왜곡될 우려도 있지만 CCTV는 그럴 염려도 없기 때문이다.

  위 사례로 돌아가서, 사례1은 실종자가 새벽녘에 술이 만취된 상태에서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출입문 차단기 스위치를 잘 못 만져 닫히는 바람에 갇혀 있다가 저녁에야 구조됨으로써, 사례2는 독일인 신혼부부의 여정 마지막날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에서 상봉함으로써, 사례3은 핸드폰을 계속 꺼놓았던 실종자가 6일만에야 핸드폰을 켰다가 우리 수사관의 메시지를 보고 연락이 됨으로써 각각 해결되었다.

  다행히 세 가지 경우 모두 실종자들이 무사히 가족·동료들 품에 돌아옴으로써 일단락되었지만, e-mail 이나 휴대전화 등을 통하여 자신의 위치를 알렸더라면 보다 일찍 사건을 해결하고 경찰력을 다른 곳에 활용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형사들에게 감사해하며 큰 절하던 모습, 독일인 부부가 얼싸안고 눈물을 글썽이며 ‘대한민국 경찰 최고’라고 외치던 모습, 회사동료가 환하게 안도 하는 모습 등은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들을 바쁘게 뛰어다니게 하는 동력일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이  한  나
서귀포경찰서  실종범죄수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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