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은 문화의 달로 지정이 됨으로써 각 지역에서는 이 시기를 맞이하여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지난 10월 20일에는 문화의 날을 맞이하여 서귀포문화원이 개최하는 ‘2004 문화의 날 기념식 및 제2회 문화공연’이 서귀포시민회관에서 열렸다.
필자는 이 행사에 초청을 받아 참석하게 되었는데, 제2부 행사로 기획된 문화공연이 처음 생각하였던 것보다 너무나도 훌륭하다고 판단됨으로써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공연의 프로그램을 보면, 풍물놀이인 길트기 공연, 민요 서우제 소리, 제주민속춤인 물허벅춤, 33인이 부르는 가요제창, 살풀이 무용, 14인이 부르는 가요제창, 민요 회심곡, 대중가요 칠십리 독창, 무용 부채춤 공연, 민속한마당인 자리거리는 소리 등 열두 마당으로 이루어 졌는데 공연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였다.
이 공연의 특징이라면 서귀포문화원이 운영하고 있는 ‘실버합창단’과 ‘민속보존예술단’의 공연이 매우 독특하여서 보는 사람의 시선을 잡아 둔다는 것이다.
‘실버합창단’은 67세에서 82세 사이의 할머니 52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금년에는 일본 ‘아다미시’ 초청을 받고 해외공연을 하였다고 한다.
이 합창단이 ‘사랑을 위하여’, 희망의 속삭임‘ 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들어보면 중년의 여자들이 노래부르는 것처럼 너무나도 낭랑하게 들려옴으로써 듣는 이로 하여금 공연자들이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잊어버리겠금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할머니들이 곱게 차려 입은 한복의 맵시는 그 연륜의 깊이만큼 고고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하게 만드는 마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민속보존예술단’은 55세에서 60세 전후의 중년부인 55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육지부 공연을 수 차례 하는 가운데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는데, 이 단체가 공연하는 서우제 소리, 물허벅춤, 살풀이, 회심곡, 부채춤, 자리거리는 소리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서 보는 이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다.
이들의 공연 중에서 보는 사람의 눈길을 끄는 작품을 몇 가지 소개하면, 제주도에 수도가 없던 시절 아낙네들이 물허벅을 짊어지고 용천수를 담아 나르는 모습을 재현한 물허벅춤은 해학적으로 구성돼 있어서 재미가 쏠쏠 하였으며, 예술단원 4명이 부르는 회심곡은 보는 이의 마음을 쓸어 내리는 그 무엇인가를 노래 속에 담고 있었다.
민속한마당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자리거리는 소리는 우리 제주도에서 전통적으로 행해져 온 어로작업의 하나로 ‘자리’라는 조그마한 물고기를 그물로 건져 올리는 모습을 재현한 공연이다.
이 공연은 구성원이 모두 18명으로 돼 있는데 극 중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제주전통의 해녀물질 도구인 태왁을 들고 나와서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신비롭게 보였으며 공연 마무리에 자리 대신 방청석으로 던져주는 사탕세례는 포근함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던 실버합창단이나 민속보존예술단은 모두가 서귀포문화원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자체 경비를 갖고 운영됨으로써 더 좋은 공연을 하는 데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우리들 모두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화의 세기는 거창하게 국가적인 예술단을 키우는 세기가 아니라 각 지방정부가 예술단을 적극적으로 지원 육성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각 지방마다 훌륭한 공연이 가능한 예술단을 갖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고 승 익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