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의 생산방식이 변하고 있다. 산업화 초기부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품종 다량생산‘이 기업의 일반적인 생산체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품을 다양화하는 대신 생산은 줄이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화되는 추세다.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다양화된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대기업보다 ‘주문자 생산’ 등 맞춤형 생산에 보다 유리한 중소기업들이 활동 공간도 넓어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 환경이 척박, 대부분 소규모인 제주지역 기업으로서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도내 한 식품업체가 설립초기부터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일관, 대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 자리를 잡고 있어 주목을 끈다. 화제의 기업은 신천지식품(대표 이명식).
1992년 설립된 신천지식품은 생면(生麵) 전문업체로서 우동, 칼국수, 냉면, 소스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설립 당시에는 도내 면시장이 건면(乾麪) 일색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모두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소득수준이 높아져 맛과 건강을 중시하는 성향이 높아지면서 생면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창업 후 5년간 적자에 허덕였던 신천지식품은 이후론 매년 1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에는 공장을 현대식 시설을 갖춘 아라동으로 이전, 생산규모를 늘렸다.
그런데 이 대표의 경영전략은 좀 독특하다. 시장 확대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신천지식품은 현재 골프장을 비롯해 호텔, 일반식당, 학교급식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주문자 생산방식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대형마트 등 일반매장에 납품은 고려조차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일반매장에 납품하면 매출은 늘지 모르나 가격경쟁이 불가피해져 좋은 제품을 만들기 힘들다”며 “규모는 작으나 자존심을 지켜 줄 수 있는 제품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은 일등제품은 만들 수 있으나 특등제품은 생산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회사가 현재 매출의 10%를 정도를 대기업보다 높은 가격에 서울의 고급호텔, 우동전문점 등에 납품하고 있다. 시장개척은 안 했으나 골프장 등에서 맛을 본 고객들의 입소문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된 것이라고 한다. 그 만큼 품질이 좋다는 말이다.
면의 품질은 면발이 좌우한다. 즉, ‘쫄깃함’이 남달라야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면의 쫄깃함은 기술보다는 재료에 달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면의 품질은 만드는 사람의 인성(人性)에 좌우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신천지식품은 재료에 대해선 철저하다. 실례로 이 회사는 납품 받은 메밀가루에 밀가루가 섞인 것을 발견하자 분쇄기를 구입, 직접 제분하고 있을 정도다.
신천지식품의 제품은 요즘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감귤, 보리, 선인장, 쑥 등 지역 생산물을 첨가한 ‘컬러제품’을 생산, ‘먹는 기쁨’ 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도 제공하고 있다.
“제주가 관광지인 점에 비춰 식품도 '제주만의 것‘ 추구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하면서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제품을 만든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하는 이 대표. 그는 요즘 직원들과의 공생(共生) 차원에서 영업사원들을 대리점으로 독립시킬 구상을 하고 있다. 식천지식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1차 목표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 2차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생산직원들의 공장독립을 3차 목표로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