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권력에 꼬리 내리나
“패밀리까지는 건드리지 말기로 하자”. 마피아 조직 간의 뒷거래 이야기가 아니다.
전직과 현직 ‘대통령 형님‘들 사이의 ’빅딜’과 관련된 말이다.
최근(4월7일) 발매된 ‘시사저널’은 설(說)로 떠돌던 의혹에 불을 지폈다.
소위 ‘BBK 의혹’ 등으로 긴박했던 ‘2007 대선 막판’ 노무현 당시 대통령 형님 ‘노건평씨’와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형님 ‘이상득 의원’의 커넥션 의혹이 주요 내용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한 비자금 정보자료’와 ‘BBK 사건에 대한 청와대 개입 없는 공정한 검찰수사’를 놓고 “딜(Deal)을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서 나온 핵심이 “서로 대통령 패밀리까지는 건드리지 않도록 하자”는 이야기다.
마피아 등 범죄조직 두목들의 영역 흥정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검찰은 전ㆍ현직 ‘대통령 형님‘들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른바 ’박연차회장 구명 로비‘를 ’실패한 로비‘로 규정했다. 그러나 개운하지가 않다.
‘죽은 권력‘에 가차 없는 검찰 수사가 ‘살아있는 권력의 형님’ 앞에서는 꼬리를 내려 버린 듯해서다.
‘구명로비 수사’와 관련, 형평성이나 편파성 시비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을 터이다.
무너져 내린 ‘도덕적 우월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자산은 ‘도덕적 우월감’이었다.
그래서 재임시절 “누구든 청탁을 하다가 걸리면 패가망신 할 것”이라고 했다.
‘풍화(風化)되지 않는 감성적 논리’나 ‘변치 않은 열정과 신념’ 등 ‘노무현 퍼스낼리티’에 대한 논란은 뜨거웠지만 그가 자랑해 마지않았던 ‘도덕적 무기’는 많은 사람들을 최면 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최근 최면에서 풀려난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가 즐겼던 ‘패가망신’ 발언이 부메랑이 되어 노전대통령 일가를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형님’은 뇌물 수수 혐의로 감옥생활이다.
노전대통령부인은 13억원 수수와 관련하여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아들도 ‘의심스런 500만달러’ 때문에 역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노전대통령도 이들 돈 문제와 관련해서 검찰조사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전직 대통령 부부와 아들, 그리고 형님까지 ‘검은 돈 커넥션’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감목에 들어갔던 예는 일찍이 없었던 사건이다.
돈에 대해서 깨끗하고 부끄럼이 없다던 국가 최고 권력자가, 도덕적 우월감으로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도덕군자’연 지도자가, 그 일족과 함께 이렇게 무너져 내리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가슴은 채한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부패 않는 절대권력 없을까
노전대통령 일가의 참담한 추락은 권력 속성과 관련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
‘죽은 권력’이 아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경고음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권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신은 사람을 부패시키기 위해 권력을 안겨준다”고 했다.
역사학자 ‘비어드’의 말이다.
권력을 가지면 부패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경고에 다름 아니다.
부패는 권력의 속성이다.
권력이 크면 클수록 그 남용이 위험하고 무섭다고도 한다.
그러나 권력은 유한하다.
세세만세 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강력한 권력자라도 언제까지나 지배자가 될 수 있을 만큼 강력할 수는 없다.
‘필립스 오티‘는 전기(傳記)작가다.
반세기 가깝도록 절대 권력을 누렸던 유고 ’티토‘의 전기도 썼다.
그는 ‘티토의 인격 중 가장 뛰어난 것은 결코 권력에 도취되는 일이 없었다는 사실’이라 했다.
“절대 권력자이면서도 권위주의에 물들지 않았고 권력으로 인해 부패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티토가 죽는 날까지 국민의 존경을 받았고 국민의 우상으로 칭송받았던 이유다.
대통령 권력이 결국은 희극적으로 희화화(戱畵化) 되는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하다.
김 덕 남
主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