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결정 이후
헌재결정 이후
  • 강정만 편집국장
  • 승인 200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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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한 승부는 스포츠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소시민의 일상에서도 정정당당한 승부의 세계는 펼쳐진다. 고스톱 판에서 조차 정정당당한 승부는 아름답게 묘사되는 게 현실이 아닌가? 하물며 이 나라 선량과 테크노크랫이 총 집합해 있다는 정치판에서야 정정당당한 승부의 당위성을 거론하는 것이 진부하기 조차 하다.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특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누가 승복하느냐 하는 문제에 우리는 맞닥뜨려 있다. 이를 기대했던 국민이, 또는 충청도 지역 사람들이 승복할 것이냐, 대통령과 정부가 승복할 것이냐가 관심사이다.

정정당당히 결정에 승복하느냐, 아니냐가 국민의 또 다른 주목대상이다. 그것이 법리 논쟁이야 어떻든 헌법을 재판하는 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을 누가 거부할 입장에 있지 않다는 것은, 민주주주의를 떠 받치며 살아온 우리에겐 너무나 명백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고민은 헌재결정에 승복만이 능사가 아니라는데 있다. 그것은 앞으로 펼쳐질 우리 정치적 과제와 혹은 딜레마가 신행정수도 특별법에만 국한되지 않고 부정적 외연을 넓히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등 우리 삶의 전체를 흔들어 버릴 위기를 느끼는데 있다.

신행정수도 특별법의 위헌결정은 이미 보도가 나온 대로 노무현 정부에 일대 타격을 가했다.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노 대통령이 ‘케이오 펀캄를 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노 대통령으로서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천하의승부사다. 노 대통령이 이렇게 ‘독박’을 쓴 상태에서 다시 한번 ‘패’를 잡고 게임을 벌일 수 있다는 분석들은 그의 이런 기질에 연유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어떤 전략을 쓰든, 일단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인들에게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를 가라”고 충고했다. 대통령의 고난은 국민의 고난이기도 하다. 이런 고난일수록 오기를 부리지 않고 정도로 문제들을 풀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국의 수필가 프란시스 베이컨은 그의 수상록에서 “역경일 때는 인내하고, 순경(順境)일 때는 절제하라”고 했다.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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