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도민의 대학병원을 후원하자
[나의 생각] 도민의 대학병원을 후원하자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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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병원들을 방문해 보면 병동이나 병실 곳곳에 인명을 딴 병동이름이나 강의실 이름, 병실 이름이 적지 않다. 지역사회의 병원에 기부금을 희사한 독지가들의 뜻을 기려 시설 명을 명명한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그들의 기부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이 지난 3월27일 문을 연 제주대학교병원에도 있어 가슴 뿌듯하다. 서암홀과 서암교, 그리고 재암국제회의실이 그것이다. 서암(瑞岩)은 이 병원의 부지를 기증한 김여종(金麗鍾, 1927~1984) 선생의 호이고, 재암(才巖)은 고액을 기부한 제주대병원후원회 회장인 송봉규 선생의 아호다.

그밖에도 도내 유지인사들과 기업인들이 병원발전기금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어 그 분들의 명자를 병원 서암홀에 게시하여 현창하고 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지역의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개인의 희사심 뿐만 아니라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차원에서 기업의 지역사회 사랑의 일환으로서 본받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병원에 대한 기부는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역사적 행위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가장 뜻있는 투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개인은 사라져 가지만 그들의 숭고한 정신은 대학병원이 존재하는 한 의학도와 함께 면면히 살아 숨 쉬도록 해줄 것이다.

제주대 병원은 2002년부터 마스터플랜을 구축하여 총사업비 1468억원이 투입됐다. 병원 신축재원은 정부지원과 병원예산만으로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이 건축비의 47%를 자체 부담해야 하는 조건이다. 그러니 여기까지 온 고초는 고사하고 빚더미 위에서 출발한 만큼 앞으로 유지운영과 발전해야 할 길이 작은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병원건립에 공감하는 인사의 협조로 그 부족자금(후원금)을 조성 중에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병원임직원 동문 학부모 내원환자 지역주민 협력업체 유지인사 기관단체 등 448명이 24억4815만4259원을 협찬했다.

신축병원은 8만2200㎡ 부지에 지상 6층, 지하 2층, 연면적 7만5552㎡ 규모이다. 병상 531개에 수술실은 11실이나 되는 대단한 규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의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력하고 현실적인 재정확충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제는 고정적인 정부재원만으로 병원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어렵다. 대학 재정의 규모가 곧 대학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학병원의 기부금 규모는 결국 그 사회에서의 대학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는 미국의 명문 주립대나 사립대에서도 가족들이 세대를 이어서 동문이 되고 그것이 아름다운 기부의 전통으로 이어지는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지역의 의과대학은 우리 도민 자긍심의 원천이며 도민으로서 지역 대학병원에 대한 기부만큼 명예로운 것은 없다. 기령, 명문 스탠퍼드대가 존재하도록 한 가장 든든한 물적 토대는 그 대학이 있는 실리콘밸리 지역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내어놓는 기부금이라고 한다.

동문,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의 기부금은 대학병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물론 대학병원의 자구노력도 있어야 한다. 이참에 돌이켜 보면 1990년대 초부터 제주대 동문들을 비롯한 의대유치운동의 주역들은 의대 유치운동을 벌이고는 끝이었다. 대학병원의 순항을 바라는 도민의 입장에서는 그때의 그분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

제주대 동문들의 자긍심, 그리고 지역사회의 대학병원 사랑이 제주대 캠퍼스에서 한데 어우러지기를 기대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도민들이 대학병원 곳곳에 아로새겨진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길 것이고. 젊은 의학도들은 질병치료와 연구에 대한 기부의 고귀한 의미를 아는 미래의 동량으로 올곧게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순  택
세종의원 원장/ 제주대병원발전후원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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