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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제주공직사회가 얼마나 썩었고 얼마나 기강이 흐트러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1일 제주지방경찰청이 발표한 ‘재난기금 횡령 사건 추가 조사 결과’는 그래서 제주공직사회 전체에 먹칠을 한 부끄러운 공무원 독직(瀆職)사건으로 기록될 것임에 틀림없다.
재난기금을 빼돌리는 수법이 치사하고 업무지위와 감독을 해야 할 국장ㆍ과장ㆍ계장이 모두 한 통속이 되어 온갖 방법을 동원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된 공무원들의 재난기금 횡령사례는 그동안 타시도 공직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청렴성을 자랑하던 제주공직사회의 부패구조가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는지를 보여 준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007년 9월 내습했던 태풍 ‘나리’의 피해는 유사 이래 제주가 겪었던 재난 중 가장 혹독했던 것이었다.
그만큼 피해 규모가 컸고 피해주민들이 고통을 받았던 재난이었다.
그래서 해병 등 군 장병을 포함 전국적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제주를 찾아 피해복구에 나서는 등 상당기간 제주전역은 이 같은 작업에 눈코 틀 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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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국적 자원봉사자들의 피해복구와 시름겨운 도민들이 하나로 뭉쳐 구술 땀을 흘리는 와중에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공무원들은 뒤에서 복구비 가로채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발표대로라면 이번 적발된 비리 공무원은 11명이다.
이들과 함께 건설업자 9명도 입건됐다.
이미 재난기금 횡령과 관련해 지난해 11월과 12월에도 공무원 5명이 적발된 것을 감안하면 한사건 관련 독직공무원은 모두 16명에 달한다.
이들이 횡령한 재난기금만도 3억4000만원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업무를 지위ㆍ감독해야 할 관련부서 담당국장과 과장은 물론 계장ㆍ직원ㆍ청원 경찰까지 연루됐다는 데 더 충격이 큰 것이다.
아르바이트 학생까지 이용해서 기금을 착복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착복한 돈을 유흥비로 탕진하거나 고가의류구입비ㆍ회식비나 선물비 등으로 쓰는 등 공직의 도덕적 해이는 추스를 수 없을 정도의 타락상을 보였다.
기금횡령을 위해 허위공문서 작성도 서슴지 않았다.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기위해 장비 임차비를 허위로 부풀려 지출하기도 했다.
국고 재난기금은 그야말로 눈먼 돈이었다.
제 호주머니 돈 쓰듯 마음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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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수법도 다양했다.
업무를 지위하고 감독해야 할 담당국장은 하지도 않는 사업을 한것처럼 꾸며 특정마을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허위공문서로 불법 보조금을 내준 것이다.
과장과 계장은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장비 임차비를 부풀려 재난기금 8748만원을 과다 지출했다.
재난 기금 1296만원을 빼돌려 고가 의류를 구입해 직원들이 나눠갖기도 했다.
복구물자 구입비를 과다 지급한 뒤 이를 되돌려 받거나 자원봉사자 급식비 명목으로 예산을 허위지출 한 뒤 착복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작업비를 과다지급한 후 되돌려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특정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어느 사례 하나 용서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도민들의 공분을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중 일부 비리연루 직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승진한 케이스여서 도의 인사관리 시스템이나 도의 공직관리 기능에 대한 비판의 빌미가 되고 있다.
도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