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十)은 단순한 숫자 10이 아니다.
십은 예부터 충족(充足)된 수(數)라 하여, 완전하거나 부족함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십분(十分)을 ‘충분히’로, 십전(十全)을 결점이 없는 ‘완전무결’로 풀이하는 것이 그 예이다. 십은 또 ‘많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제주타임스가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1999년 3월 30일 주간신문으로 고고의 소리(呱呱之聲)를 울린 지, 벌써 열해가 되었다.
후발주자로서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창간 5년 만에 대망의 일간지로 전환,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도민의 알권리에 충실하기위하여 공정하고 심도(深度)있는 보도로 일관해온 것이 도민의 성원을 받게 된 큰 힘이 되었을 터이다.
제주타임스의 사시(社是)는 ‘인본주의 실현’이다.
인본주의란 모든 일을 ‘인간본위’즉 사람위주, 인간중심으로 해나간다는 말이다.
인간을 본위(本位)로 한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고, 생존권과 더불어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인(仁)과 화(和)의 가족관계·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인(人)본위사상을 숭상하여 왔다.
이는 서양의 휴머니즘(humanism)과 유사하다.
인본주의·인문주의·인도주의·인간중심주의로 번역되는 휴머니즘은 바로 인간해방과 인간존중을 표방하는 이념이요, 운동이다.
왜곡·억압·속박하는 온갖 제도·조건과 세력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인간성을 옹호·육성함으로써 인간자체를 완성하려는 것이 휴머니즘의 일관된 중심원리이다.
제주타임스가 추구하고 있는 ‘인본주의 실현’은 위와 같은 사상과 이념을 이 땅에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함이 아닌가.
극도의 이기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현대 물질문명사회를 극복하고 정화(淨化)한다는 점에서도 이 목표는 매우 적절하다고 하겠다.
제주타임스는 아울러 ‘공평무사’ ‘생명존중’ ‘사회광제(匡濟)’를 편집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언론이해야 할 당연한 과제이다.
이제 우리의 언론환경은 재정적인 곤란을 제외하고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좋아졌다.
역사상 언론계가 요즘처럼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있었다면 4.19후 5.16전까지의 내각책임제 시절이었을까.
현재 언론은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참여정부를 거쳐 오면서 보도의 자유를 마음껏 누려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언론은 자중하여야 한다.
자칫 과신과 교만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붓은 칼보다 강하기에 더욱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
십유오(十有五) 지학(志學)의 나이에 들어서는 제주타임스는 글자그대로 항상 ‘배움’의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감시와 비판은 언론의 생명이자, 핵심기능이다.
정치권력이든 금권이든 다른 그 어떤 권력이든, 언론이 일차적인 감시와 비판을 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올바른 견제와 균형은 이뤄지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은 피게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시대에 걸맞게 지방의 주인인 주민을 섬기고,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현안의 해결을 위해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언론의 몫이다.
언론인 스스로의 자질함양에도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
세상은 복잡다양하게 자꾸만 바뀌어 가는데, 선도적 입장에 있는 언론인들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건전한 비판자와 감시자로서 ‘생명을 중시’하고 ‘사회를 바르게 구제’하며 ‘사사로움이 없는 공평한 보도’를 통해, 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제주타임스가 되기를 소망한다.
창간 10주년을 거듭 축하하며, 언론계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전직 언론인들에게 많은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제주타임스’에 고마움을 표하는 바이다.
溪 山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