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과 연계…고령층 타깃 틈새시장 부가가치 창출
정부가 지역발전의 핵심정책인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와 관련, 제주도를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국제자유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국가전략을 제시했다.
이미 전 정부도 지난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도를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의료와 휴양을 접목한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을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료관광으로 국부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글로벌 헬스케어타운 조성 사업을 핵심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관광(휴양)과 의료, R&D 등이 연계된 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투자개방형병원(국내영리법인 병원)을 우선 이 곳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의료 공공성 침해 등을 이유로 국내 영리법인병원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관광산업은 제주도에서 막 걸음마를 떼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의료관광은 매년 30%씩 급성장하면서 연평균 40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으로 신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강원도와 대구, 인천 등 국내 각 광역단체도 앞다퉈 의료관광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첨단복합의료단지 유치를 위해 동남권과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연합체를 비롯해 제주와 인천, 대전, 충북, 경기, 강원 등 9곳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첨단의료복합단지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를 개최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유치대상 지역을 선정한 후 하반기부터 단지조성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태국과 싱가포르는 1년 동안 각각 150만명과 40만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3만명에 머물고 있다.
이에 본보는 의료시장 세계화 추세에 맞춰 성장하는 국내외 의료관광산업을 조명하고 동북아 의료관광 허브를 꿈꾸는 제주도에 시사하는 바를 5회에 걸쳐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아시아 의료관광 중심지' 태국…의료관광객 150만명 유치
카타르의 사업가 A씨는 최근 아내와 함께 태국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복부비만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서다.
외국병원에서 수술받기로 결심하기란 쉽지 않았다.
의료사고라도 나면 보상을 받기가 모국처럼 간단치가 않기 때문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의사에게 몸을 맡기는 것도 두려웠다.
그래도 그는 방콕의 범릉왓 종합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자신을 왕처럼 대해주고 치료 후 휴양도 할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에 태국행을 결심했다.
물론 의사들과 영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그를 이 병원으로 이끌게 한 이유다.
그는 "광고나 언론을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 병원보다 오히려 믿음이 갔다"며 "의료진이나 의료장비 수준이 선진국 못지 않은데도 비용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저렴하고, 예약이나 검사 대기 시간 등이 짧아서 마음에 든다"며 의료서비스를 칭찬했다.
그는 "낯선 이국땅에서 수술을 받으려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수술을 받은 그는 병원에서 한 시간 거리인 해변 리조트에서 개인 간호사의 시중을 받으며 회복하고 있다.
범릉랏병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서 '환자들의 유엔' 으로 통하는 호화 병원이다. 매년 유치 환자 90만명 중 35만명은 150개 나라 외국인이다. 일본, 중동, 미국, 영국, 독일인이 주류를 이룬다.
대부분 저렴한 가격과 일류급 의료진 외에도 수준급 의료환경시설에 이끌려 범릉랏을 찾고 있다.
이 병원에 외국인 환자들이 몰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예를 들어 심장수술을 하는 데 미국에서는 10만달러가 들지만 여기서는 그 8분의 1 정도면 충분하다.
입원비는 20달러(미국 150달러), 척추수술비는 6000달러(미국 2만달러)로 저렴하고, 건강검진비는 200달러에서 700달러로 미국의 60% 수준이다.
16가지 의료분야에 700명의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딴 의사만 200명이다.
병원 로비는 특급호텔을 방불케 할 정도로 우아하다. 도어맨, 소파, 휠체어서비스…. 감기 환자도 휠체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맥도날드''스타벅스' 등 유명 식음료점과 제과점이 즐비하고, 특유의 병원 냄새도 나지 않는다.
한국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 통역서비스센터를 비롯해 외국인의 비자연장 데스크를 운영하는 국제고객 봉사 센터와 VIP 센터도 갖추고 있다.
개인 병실도 고급 호텔 수준이다.
'영어가 가능하고, 미국.호주에서 교육받은 고급 의료인력 다수 확보, 좋은 시설,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병원 광고 문구다.
범릉랏병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립의료기관이다.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의 대표적인 병원으로 꼽히고 있다.
2002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국제병원평가위원회(JCIA)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의료 관련 국제학회장에서는 범릉랏 병원의 마케팅 부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를 돌며 병원 홍보 로드쇼도 벌인다.
국제고객봉사센터는 외국인 환자들의 입맛에 맞게 특별히 고안한 원-스톱 서비스센터다.
병원 VIP서비스 매니저는 "여러나라의 외국어를 구사하는 스텝진이 진료기록 작성과 입원 수속 접수 편의는 물론 보험 처리와 비자 문제 등 일괄적으로 편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외국환자와 그 가족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묵을 수 있도록 병원 구내에 74실의 별관숙소와 수영장, 휘트니스 시설을 갖춘 51실의 고급 서비스 아파트형 호텔을 두 곳이나 직영하고 있다.
◇치과 치료와 스파를 결합한 '스파병원'
방콕 시내에 위치한 아시아 최초의 방콕 치과 스파병원(Bangkok Dental Spa Clinic).
병원 내부는 우리나라의 치과나 별반 다를게 없다.
하지만 전통마사지, 아로마테라피 등도 이 곳에서는 치과 치료의 일부분이다.
환자의 치과 치료에 대한 공포를 덜어주기 위해 병원을 스파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차분한 분위기로 꾸몄다. 환자들이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치료 대기 시간에 스파로 긴장을 해소하고, 치료 중에는 발 마사지를 받으며 공포감을 잊는다.
이 병원 원장은 "치과 스파는 장기간 치과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외국인 환자를 위해 진료 기록을 저장해 환자들의 꾸준한 재방문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추천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치료와 관광을 패키지로 한 의료관광은 의료보험이 없거나(현재 미국인 중 약 4000만 명은 보험이 없다), 있어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높은 의료비 때문에 대안적 의료서비스를 찾고 있던 많은 미국이나 일본인 환자들에게는 싼 가격으로 일류급 치료와 골프.스파관광을 제시하는 개발도상국의 의료 서비스 상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질적인 서비스와 대기자가 많지 않은 것 또한 의료관광 붐의 요인이다.
관광산업과 결합…고령자층 특화
태국은 아시아 의료관광 허브를 목표로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 해외환자 유치와 부가가치 창출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태국 정부는 외래관광객의 40%를 의료관광객으로 보고 있으며, 관광과 의료서비스를 연계하는 '의료관광'을 차세대 국가 핵심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방콕 범릉랏종합병원 등 태국 병원들은 푸켓.파타야.치앙마이 등 휴양지와 연계해 지난 2002년 33개 민간병원이 63만여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데 이어 2003년 97만 명, 2004년 110만명, 2005년엔 128만명의 해외 환자를 유치, 330억바트(약 89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현재 연간 의료관광객은 150만명에 달하고 있다.
태국 관광청 관계자는 "태국의 자연환경과 수준 높은 관광서비스에 의료산업을 연결해 새로운 외화수입원을 창출하고 있다"며 "민간병원에 대한 지원과 해외 홍보를 강화해 2010년엔 '아시아 의료관광의 중심지'로 우뚝 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의 의료관광 육성 전략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차별화된 틈새시장 공략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전략이다.
태국은 선진국 고령자를 타깃 시장으로 선정해 풍부한 관광자원을 활용한 장기 투숙과 요양을 위한 휴양리조트, 여가프로그램, 일대일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둘째는 공신력 있는 의료서비스의 국제적 인증이다.
태국은 자국 내의 병원 시설과 의료진 수준에 대해 국제병원인증원의 인증을 얻도록 함으로써 대외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셋째는 의료, 건강관리서비스, 허브상품의 동반 성장 전략이다.
태국은 의료서비스 뿐 아니라 스파, 전통마사지, 허브상품 등이 융합된 복합의료관광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 관광 뿐 아니라 건강관리 서비스, 허브상품 관련 수입이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태국과 싱가포르가 각각 150만명과 40만명의 해외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의료서비스 허브' 유치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향후 아시아의 인구 급증과 경제성장과 비례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 수요 확대, 동아시아의 빠른 고령화 사회 진입 등으로 의료서비스 산업은 큰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태국의 의료서비스 허브 전략은 주변국과의 경쟁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태국의 의료서비스 산업은 1980년대 관광산업과 접목하면서 태동했고 동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유휴설비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고소득국 고령자층을 주 대상으로 한 간호.간병 서비스를 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태국은 수출진흥국, 관광청, 투자위원회 등의 정부기관과 민간병원협회의 치밀한 준비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의료서비스, 스파. 전통마사지 등 건강 관련 서비스, 허브 상품 등의 부분에서 2010년까지 아시아 의료서비스의 중심지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태국의 의료서비스 산업은 최대 자원인 관광산업과 결합했다는 점과 고령자 층에 특화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또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서비스와 친절과 가격 측면에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제 '의료관광'의 걸음마를 떼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