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추락하는 경제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입으로는 “위기 극복”이니 “일자리 창출”이니 떠들어 대면서도 뒤에서는 그렇게 급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 펑펑 목돈들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도가 그렇다.
도는 오는 4월1일 영국런던에서 ‘노스 런던 칼리지 에이트 스쿨’과 제주영어교육도시 입주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양해각서 체결 서명식 참여를 위해 대규모 인원이 해외출장을 나선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도와 도교육청, JDC관계자 등 20여명이 5분도 안 걸릴 양해각서 서명식 참석을 위해 출장을 가는 것이다.
1인당 출장비 400만원을 감안하면 ‘5분도 안 걸리는 서명’을 위해 1억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는 꼴이다.
양해각서는 이미 양측이 사전 조율된 사항이다. 대규모 인원 참석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를 대표하는 2~3명만 참석해도 서명이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도 당국자는 해괴한 변명을 하고 있다.
“양해각서 체결이 영어교육도시 성공의 관건이고 따라서 출장인원 20여명은 성공적 추진을 위한 필요한 인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표자 2~3명이 가면 될 서명도 안 되고 20여명이 떼거리로 몰려가야 안 될 서명도 된다는 말인가. 주무부서의 변명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궤변이나 다름없다.
도민을 우롱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예산낭비성 집단 해외출장은 도의회에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고점유 의원은 “양해각서 체결 서명에 이처럼 요란스럽게 20여명이 떼거리로 출장 가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전제아래 “출장인원 10명만 줄여도 과잉생산 파동을 겪고 있는 양배추 1만4300망은 사줄 수 있다”고 출장인원 축소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소위 ‘한ㆍ중ㆍ일 파워콘서트’ 명목의 예산 7억원이 갑자기 편성된 것에 대해서도 ‘낭비성 불요불급 예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고 악화일로의 지역경제 회생에 진력해야 함에도 낭비성 해외출장이나 불요불급 예산을 편성하는 도 당국에 대한 도민의 시각은 결코 곱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