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족형 복합카지노 리조트로"
[기획] "가족형 복합카지노 리조트로"
  • 임성준
  • 승인 2009.0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프라 갖춰진 제주 최적…쇼핑ㆍ테마파크 등 체류ㆍ체험형 필요
"강원랜드와 차별화, 소규모 베팅 '엔터테인먼트 복합형 카지노' 적합"

2015년 봄.

서울의 사업가 K씨 부부(48)와 자녀들은 친구 가족과 함께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제주공항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 창 너머로 한창 공사 중인 제주 신공항이 시야에 들어왔다.

때마침 공항은 '관광객 1천만명 돌파 환영 행사'로 북적거렸다.

K씨는 렌터카를 빌려 숙소인 중문관광단지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아내와 아이들을 저녁에 만나기로 한 K씨는 친구와 중문관광단지 인근에 새로 생긴 관광객카지노에서 다양한 게임을 즐겼다.

카지노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아내와 아이들은 카지노 인근 놀이동산에서 시간을 보냈다.

K씨 부부는 이튿날 친구 부부와 인근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겼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엔 가족들과 함께 시내면세점과 명품아울렛에 들러 명품을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쇼핑을 즐겼다.

K씨는 "10년 전만 해도 제주 여행의 주목적은 골프였는데, 지금은 골프 뿐만 아니라 병고치고 휴양하는 의료관광, 카지노, 면세품 쇼핑, 위락시설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 살거리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가 없어졌다"며 이번 여행상품에 상당히 만족해 했다.

몇 년 후 변화된 제주 관광 패러다임을 가상해 보았다.

지난 13일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반 가량 걸리는 경기도 여주의 쇼핑아울렛 매장.

외국 거리를 본 뜬 듯한 테마파크 이미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국적인 공간에서 거리를 산책하듯 하루 종일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는 꾸찌, 버버리, 아르마니, 페라가모, MCM 등 외국의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신세계 첼시가 국내 처음으로 명품 아울렛을 표방하고 지난해 개점한 이곳은 불황 중에도 찾는 이들이 많다. 주말에는 2만~3만명, 주중에는 6000~1만명 가량이다.

800억의 건설비가 투입된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은 영동고속도로 여주 IC 부근 여주유통물류단지 내 26만여㎡ 대지에 2개 건물 2만7000여㎡ 규모로 주차장엔 3000대가 동시에 세울 수 있다.

여주 명품 아울렛에서 최근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엔고 바람을 타고 일본 손님들의 쇼핑관광이 급증했다.

주로 1층에 위치한 명품 아울렛은 일본인들이, 2층의 중·저가 아울렛에는 중국·동남아 관광객들이 쇼핑을 주도하고 있다.

한 명품매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본인 고객이 부쩍 늘었는데, 한번 매장을 휩쓸고 지나가면 통 크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물건을 사가기도 한다"면서 "일본에서 한 벌 살 돈으로 이곳에서는 여러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비싼 물건을 싸고도 '남는 장사'를 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는 셈이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 수는 작년 7월까지 매월 17만 명정도에 머물렀으나, 작년 12월엔 25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거의 매일 1만 명에 가까운 일본인이 한국을 찾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주로 싼 값에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울에 도착하면 곧바로 명동, 남대문, 용산 전자상가, 여주 아울렛 등 쇼핑 명소를 차례로 돌면서 한 아름씩 물건을 구매한다.

국제관광지라는 제주도는 이 같은 '엔고 특수'가 남 이야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환율 상승에 따라 일본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일본 관광객이 국내에 몰려들고 있으나 제주는 쇼핑할 곳이 없어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올해 1월 한 달 동안 제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1만5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51명에 비해 1.0%가 감소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17만7459명으로 2007년 18만3240명에 비해 3.2% 줄었다.

제주지역 관광업계는 일본인 관광객이 제주를 외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쇼핑할 곳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도내 관광숙박시설을 근거로 한 적정 관광객 수는 연간 750만~800만명으로 산출되고 있지만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580만명에 머물고 있다. 올해는 600만명이 목표다.

천만 관광객(내국인 800만명, 외국인 200만명)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인프라로는 관광객전용카지노와 쇼핑, 대규모 위락시설 등이 떠오르고 있다.

실제 강원도 하이원리조트(강원랜드)도 카지노에 더해 스키장과 골프장, 컨벤션, 테마파크 등 가족형 복합카지노리조트 단지로 변모하면서 내장객이 급증하는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

제주도는 호텔과 컨벤션, 시내 면세점, 골프장 등 기존 관광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중문관광단지에 관광객전용카지노와 쇼핑아울렛이 함께 들어서는 단지형 도입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한국관광공사의 중문골프장을 매입해 부지 절반은 9홀 퍼블릭골프장으로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고, 나머지 부지에 관광객카지노와 쇼핑아울렛이나 위락시설을 함께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토론회와 보고회에서 내놓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동소이하다.

이동원 한국관광개발연구원장은 국회정책토론회에서 제주도 관광객 카지노의 형태와 관련, "강원랜드와는 다르게, 소규모 베팅으로 다양한 게임을 경험하는 '엔터테인먼트 복합형 카지노'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양일용 제주관광대학 교수는 '제주지역 관광카지노 추진방안' 용역보고회에서 "국제 수준의 거점 카지노 복합단지를 개발하되 주변 관광자원을 연계하는 클러스터 개념을 도입, 총체적 매력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천혜의 자연조건과 관광인프라가 갖추어진 제주지역이 최적의 장소"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