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천천히 가는 여유(餘裕)
[나의 생각] 천천히 가는 여유(餘裕)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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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택시를 탈 일이 있었다.

택시기사 분에게 행선지를 말씀드리면서 천천히 가도 좋으니 신호는 잘 지키면서 안전하게 운행해 주세요, 라고 덧붙였다.

오랜만에 택시를 타면서 나도 모르게 직업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기사 분께서 대답하셨다.

“참 고맙습니다. 요즘 손님들은 왜 그리도 빨리만 가 달라는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녜요.”

과속과 신호위반, 제 아무리 안전운전을 자처하는 운전자일지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음직한, 실상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기까지 하는 ‘중대한’ 교통법규 위반 항목이다.

게다가 이 둘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제주시내의 경우 연북로나 연삼로 등 비교적 빠른 속도로 교통소통이 이루어지는 구간에서 다음 신호등이 초록불인 것을 본 운전자는 금세 과속하게 되고 어느새 신호위반으로 통과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다.

문제는 이렇게 무심코 저지르는 과속과 신호위반 행위가 예기치 않은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데 있다.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최선의 주의를 하겠지만 실제로 운전을 하게 되면 가끔은 개나 고양이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앞서 가던 차량이 문제를 일으켜 깜짝 놀라게 되기도 하며 심지어는 보지 못한 곳에서 노약자가 나타나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실제로 교통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자주 접하는 지역경찰관으로서 우리가 무심코 저지르는 작은 실수도 때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지면을 빌어 강조하고 싶다.

과속과 신호위반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규정한 도로교통법상의 10개 중요위반항목에 포함된 것으로 치상사고를 야기할 경우 피해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1항에 의거하여 무조건 형사 입건되어 처벌받게 됨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교통사고는 대표적인 인재(人災)로 손꼽힌다.

사람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만 하고자 한다면 사람이 막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내의 교통사망자수가 매년 100명 가까이 이르고 있다.

 ‘아빠! 안전운전하세요!’라는 익숙한 문구를 오늘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는 것은 어떤지?

강  경  숙
제주동부경찰서 남문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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