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규모 쇼핑센터인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오픈 일을 전후해 붉은 팬티를 사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한다.
개점일 하루 동안 6층 란제리 코너는 7억원의 팬티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다.
붉은 팬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영남지방 특유의 속설 때문이다.
이와 같은 팬티의 속설은 제주도에서도 과거 농경 사회에서 여성들에 한해서 있었다.
과거 60년대만 해도 맞춤의상(clothes)이 유행되었던 시절이다.
그런 시류에 따라 제주시내에도 여성 옷을 만드는 양장점과 남성정장을 만드는 양복점들이 많았다.
이런 종류의 의류업체들이 개업날 에 처음으로 만든 여성 속옷을 입으면 행운이 따른다고 해서 주인 자신이 속옷을 만들어서 입거나 아니면 제일 친한 가족이나 친지에게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속설의 문화다.
50년대 6.25전쟁 시에 군에 입대하는 용사들에게 제주마을마다 젊은 부녀자들의 붉은 실로 호랑이 그림을 자수(刺繡) 해서 입대하는 날 아침에 윗옷 속에 달아 주면서 무운장수 (武運將帥)를 기원했다.
물론 부녀자들의 자신의 마을에 징집영장을 받은 청년이 있을 경우에는 한 달 전부터 호랑이 자수를 만드는데 그 동네 호랑이 띠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호랑이띠 여성만 찾아다니며 한 올씩 매듭을 지어 호랑이 자수를 만드는 것을 필자가 소싯적에 본 기억이 있다. 이것도 속설문화다.
물론 이런 속설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출전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절박한 기도이고 고통을 감내하는 유일한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우리 선조들은 붉은 색깔을 “음의 세계인 귀신을 쫓아내고 양의 세계인 빛을 불러온다는 색으로 본 것 이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음기가 제일 성한 날에 양기가 있는 붉은 색의 팥죽을 먹어야 음양의 합덕원리에 맞는다는 의미이다.
또 제주 무속신앙(巫俗信仰)에서도 붉은색을 선호한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은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중병환자 치유를 기원하는 심방(shaman)굿을 한다.
이때 심방의 색깔 깃발(노랑, 빨강, 파랑)을 색깔을 감추고 깃발을 뽑으라고 한다.
이때 환자가 빨간색 뽑으면 최고의 행운이며 심방은 환자의 병은 낫는다고 판정한다.
이와 같이 우리 선조들은 빨간색(Red)을 최고행운의 색으로 여겼다.
붉은 색깔에 대한 속설은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여성들은 새해가 되면 붉은 속옷을 찾아 입는다고 한다.
복이 들어온다는 이유에서다.
멕시코에서도 이런 속설이 있다.
여성들이 붉은색 속옷을 입고 새해를 맞아야 좋은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오래된 속설 때문이라고 한다. <콘서트 한국사>
현대의 색채심리에 대한 이론이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무채색중에서 빨강의 파장은 장파장이고 초록색은 중파장이며, 보라색은 단파장이라고 한다.
이렇게 색깔의 파장의 특성은 우리 일상생활 및 생리적 특성에 대단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수술실에서 초록색 수술복을 입는 이유도 색깔의 과학적 근거에서 하는 것일 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색깔에 대한 속설 뿐 아니라 서민들의 삶 자체가 속설문화다.
우리가 조상제사를 지낼 때 제사상에 대추, 밤, 감을 반듯이 올려야하는 이유도 속설에 따른 제례라는 말이 있다.
대추는 씨가 한개 뿐으로 절손하지 않고 대를 잇게 하고, 밤은 한 송이에 씨(밤톨)가 세 개 있으므로 자손이 3배나 번성하며, 감나무는 접을 붙여야 정상적인 나무가 되므로 인간은 태어나서 올바른 교육을 받으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역시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속설이다.
속설은 우리들의 삶의 문화에 주춧돌 이다.
그러나 지금은 속설에 따라 생활을 할 때는 아니다.
우리들의 속옷 컨셉(concept)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sex ageless fashion) 자유로운 보헤미안적인 사고로 세련되고 도회적(韜晦)이면서 디자인 감성이 가미된 스포티하면서도 멋스러운 속옷이었으면 어떨까?
경기는 어려워도 마음만은 보헤미안적 사고로 버티었으면 하고 하는 말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