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소규모학교 통폐합, 불가피하다
[데스크 칼럼] 소규모학교 통폐합, 불가피하다
  • 한경훈
  • 승인 2009.0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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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9일자 미주한국일보에 미국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관련 기사가 실렸다.

미국 워싱턴주가 50개의 소규모 학교를 폐쇄해 인근 학교로 통합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 그레고어 주지사는 워싱턴주 상공회의소 모임에서 “현재 워싱턴주가 처한 경제위기는 유례가 없는데 재학생 수가 150명도 안 되는 학교가 운영돼야 할 이유가 없다”며 통폐합 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그레고어는 “커뮤니티 칼리지 등은 온라인 강의를 활성화하고 있고, 교통수단도 발달돼 있다”며 “학생수가 적은 학교들이 교직원과 기자재에 예산까지 축 낼 필요는 없다”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당위성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해당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고 미주한국일보는 전망했다.

실제로 공화당 의원을 포함해 일부 인사들은 그레고어 주지사의 언급에 대해 “교육은 단순하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문제”라며 “과거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일부 카운티에서 학교를 통폐합한 뒤 지역 커뮤니티의 구심점이 사라지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좋은 교육 위해선 적정규모 필요

교육 등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 양상은 세계가 비슷한 것 같다.

 워싱턴주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찬․반 논거는 우리의 그것을 압축해 놓은 것에 다름 아니다.

제주도교육청은 오래 전부터 농어촌의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학교의 동문과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별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적정규모학교 육성을 통한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와 교육재정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반대론자들은 농촌의 학교는 단순히 아동들을 가르치는 것만 아니라 그 지역사회의 구심체 역할을 하는 곳으로 학생 수가 적다고 학교를 폐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양쪽이 다 일리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소규모학교 통폐합 논의에서는 교육 수혜자인 학생들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통폐합 여부가 ‘교육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는 견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교육의 질’ 측면에서는 통폐합이 옳은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소규모학교에서는 특기․적성교육,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 등 수준 높은 교육을 실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도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농산어촌 학교군’ 사업이 그 좋은 예다.

 이는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 몇 곳을 묶어 교육과정 등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도내 학교군은 2006년 3개에서 올해 8개로 확대됐다.

‘자녀들의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학교(학생) 규모가 필요하다’는데 대한 해당 학교 학부모들의 공감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본교와 학교군의 이원체제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교육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각각에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청 실무능력 시험대에

도교육청은 농어촌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2020년까지의 ‘제주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에 학생 수 10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계획을 포함시켰다.

올해는 학생수가 60명 이하인 학교와 20명 이하인 분교장을 대상으로 통폐합을 추진한다.

성산 풍천초·수산초, 표선 가마초, 더럭분교장, 신흥분교장, 교래분교장 등이 그 대상이다.

그러나 통폐합 추진이 본격화되면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돼 실제 성과는 미지수다.

도교육청의 실무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학교 통폐합은 고도의 정치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통폐합에 공감하는 주민들도 자기 지역의 학교는 살리고 주변 학교를 통합하는 형태를 요구한다.

도교육청이 이 같은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설득하면서 소규모학교 통폐합 계획을 실현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경  훈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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