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나눔, 그 첫걸음을 내딛으며
[나의 생각] 나눔, 그 첫걸음을 내딛으며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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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나눔의 문화와는 동떨어져 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TV나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나눔이라는 그 정 깊은 단어를 외면하고 살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눔을 접할 수 있는 어떠한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2009년 제주도인력개발원 근무가 그 계기가 되었다.

먼저 존샘봉사회에 가입하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직원분의 추천으로 나눔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처음 나눔 그 자리에 함께 하는 날!

두려움 반, 설렘 반인 마음으로 약속장소인 도청 정문에 도착하였다.

최근 주말이면 감귤간벌지원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적지 않은 인원의 공무원들이 봉사활동을 위해 와 있었다.

먼저 봉사활동에 익숙한 분의 편안한 느낌 속에서 더욱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분들과 함께 이동한 장소는 제주 도평동에 위치하고 있는 제주양로원·제주요양원이었다.

이 곳에는 노인성 질환 등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일상생활이 곤란한 어르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보금자리로 많은 봉사단체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다.

도착하자 담당직원의 안내로 목욕도우미, 화장실 청소, 실외 청소 등을 시작하였다.

처음 시작하기 때문에 봉사활동에 익숙한 회원과 한조가 되어 목욕봉사를 하는 조에 편성되었다.

준비를 하고 목욕탕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들어오셨다.

 낯선 사람이라 어색함이 더한 듯 했지만 먼저 웃음을 띠고 맞이하자 눈웃음을 살짝 지으셨다.

서툴렀지만 같이 봉사하는 회원의 익숙한 손을 따라 나도 할머니의 손이 되어 목욕을 시키고, 머리를 말려드리며, 할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와 대화를 하는 동안 마음이 울컥하였지만 눈물을 보이지 않고자 참고 또 참았다.

나도 부모님을 둔 자식이고, 자식을 둔 부모인데, 이토록 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한 이유들은 무엇일까? 전부 자식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지만 나 또한 그 정도 나이의 부모를 두고 있어 자식 된 나의 모습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목욕봉사를 한 할머니는 중증환자로서 거동이 불편하여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도 먹을 수도 없는 분이었다.

우리의 힘으로는 힘들어 복지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눕히고 목욕을 시키면서 대화를 해도 듣지도 못하셨다.

가까스로 옷을 입혀드리면서 이 순간 나의 삶에 대해서 감사했고, 나의 가슴이 아직은 살아있구나를 느꼈던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쉬는 날로 허비하였던 주말을 나눔과 함께한 시간으로 마무리 지었다.

같이 참석한 분들이 다음주는 아가의 집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집에 와서 가족들에게 양로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줬더니 아이들이 함께 하겠다고 하였다.

아마 다음주에 다녀오면 내 아이들 마음속에 나눔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웃음 지었다.

정  순
제주도 인력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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