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창(公娼)ㆍ사창(私娼) 모두 안된다
공창(公娼)ㆍ사창(私娼) 모두 안된다
  • 김승석 논설위원
  • 승인 2004.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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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3일부터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이라 약칭함)이 시행되면서 예상됐던 파열음이 사회 여러 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며 집단 시위를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제주도의 유흥업계에서도 가칭 제주관광살리기범도민위원회의 결성에 참여하여 제주를 성매매처벌법이 저촉되지 않는 '관광특구'로 지정해야 하며 관광과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성매매처벌법의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고 집단시위에 나서는 가운데 지난 10월 12일에는 도내 24개 시민·사회단체가 성매매처벌법의 강력한 시행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매매처벌법의 입법이유 ㆍ 입법배경

 성매매처벌법은 1961년 처음 제정된 윤락행위방지법을 대폭 수정, 보완한 대체입법으로서 성매매 공급자와 중간매개체를 차단하기 위하여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처벌하고, 또한 성매매알선등행위로부터 취득한 금품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은 몰수·추징하도록 하는 등 성매매 알선 등의 행위와 성매매를 근절하고, 성매매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고,  군산 유흥업소종사자의 숙소화재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사건 등 인권의 사각지대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시민사회의 뜨거운 열기가 법제화된 것이다.

 이번에 성매매와 관련된 인권유린의 뿌리를 자르지 않는 한 한국이 성매매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씻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을 받고 성매매를 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 모두 형사처벌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마당에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고, 또한 ‘관광특구’에 한정해서 성매매 예외지역을 인정해달라는 것은 국민의 법의식?법감정에 비추어 보아도 맞지 않다.

  공창은 과연 필요한 것인가?

 나라에서는 돈으로 성을 사고 판 사람이나 성매매를 알선한 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도내에서도 첫 형사입건 사례가 있었다. 경찰의 강력한 단속으로 인해 청량리 588이나 용주골 등 집창촌(集娼村)은 홍등가를 상징하는 붉은 조명이 꺼지고, 도내 유흥업소가 밀집한 신제주 권역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렇다고 단속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집창촌을 단속하면 유흥업소로 그리고 주택가로 스며드는 것이 매매춘의 순환고리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그것인데, 단속할수록 지하로 숨어들고 음성화한다.

 역사적으로 1920년대 미국이 술의 피해를 근절하기 위하여 금주법을 시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하술집과 조직범죄의 번창이라는 잘못된 결과를 낳았고 그래서 시행 10년 만에 이를 폐지하였다. 

 그렇다면 사회 일각에서는 국가에서 공창을 관리하는 것이 어떠냐는 대안을 제시한다. 국가가 공창을 관리함으로써 여성인권의 유린행위를 방지할 수 있고, 청소년의 매춘행위 억제 등의 효과가 크다는 점을 내세운다. 

 우리나라에 공창이 처음 등장한 것은 일제 식민지화의 초창기인 1900년경 부산 부평동의 이른바 ‘지옥골목’의 유곽(遊廓)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덩달아 사창이 번창해지고 악덕 포주의 착취와 인권침해가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기독교단체와 근우회와 같은 여성운동단체 등은 3ㆍ1운동 이후부터 꾸준한 공창폐지운동을 펼쳐 1948. 2. 14. ‘공창제도등폐지령’이 발효되어 공창제도는 사라졌다.

 그러나 6ㆍ25전쟁 이후 미국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기지촌은 매매춘의 해방지대가 되었고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을 제정하여 윤락행위를 제도적인 위법으로 간주하면서도 군사정권은 한편으로는 미군을 상대로 하는 술집에 면세혜택을 주는 등 기지촌 육성정책을 펴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과거사에 비추어 볼 때 제주를 성매매 예외지역으로 인정해달라는 주문은 온당치 못하다.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하는 나라는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헝가리, 멕시코, 캐나다 등이나 국가의 철저한 규제 하에 놓여 있다. 미국의 경우 ‘네바다주’만이 성매매를 허용하고, 프랑스와 영국은 성매매를 합법화하지도, 그렇다고 처벌하지 않고 있다.  

 물론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비록 성매매가 완전히 근절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식대로 가야 한다. 현 시점에서 국가 또는 자치단체의 과제는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성매매여성의 갱생을 5년 이내에서 어떻게 완성하여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있다. 시민사회의 여러 논쟁도 이 점에 집중되어야 마땅하다.

 논설위원 김  승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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