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사회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엊그제 신임 기획재정부장관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실제 피부에 와 닿는 생활경제 현실도 각박하기만 하다.
이러한 경기침체에는 국제 유가와 환율의 불안도 한몫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7월 배럴당 140달러에서 폭락하여 4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안정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국제경기 전망에 따라 언제든지 오를 수 있다.
환율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2월 944원이었던 환율은 1년 사이에 1,400원대로 급등하였다.
환율과 유가의 상승은 발전연료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한전에게는 치명적이다.
지난 해 한전은 2조9천억원대의 경영적자를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금년에도 약 2조7천억원대의 경영적자가 예상된다.
비상경영을 통해 적자 규모를 1조3천억원대까지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왜 이런 지경에까지 왔을까? 필자는 우리 국민들이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를 생각 없이 무분별하게 소비하는데도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기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은 7,607kWh로 일본의
7,372kWh를 추월했다.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G7 경제대국들의 전력소비량도 넘어서는 수준이다.
유가의 급등으로 에너지 소비 추세가 석유나 가스 대신 전기로 이동하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력을 과소비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저렴한 전기요금 체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전기요금은 그동안 국민생활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하여 인상이 억제되어 왔다.
지난 1982년 이후 국내 소비자 물가는 17%나 오른 반면, 전기요금 인상률은 9.4%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전기요금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도시가구 가계소비 지출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 전기요금 지출액은 4만4천9백원으로 전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생활의 편익 측면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은 정말 저렴해 보인다.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이 쌀수록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값싼 전기요금은 에너지 소비구조의 왜곡을 가져와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전기뿐만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이 비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면 해당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순리다.
이에 따라 좀 더 효율성이 있는 대체 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
그러나 모든 에너지는 유한하다.
언젠가는 소진되게 되어 있으므로 이에 따른 대체 자원이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저렴한 전기요금은 이러한 미래 대비를 방해한다.
이와 함께, 전기의 과소비는 에너지 소비의 비효율을 조장하게 된다.
열량기준으로 100kcal의 효율을 가진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200~300kcal의 열량을 가진 석유나 석탄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여 에너지의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석유나 석탄 등 발전연료 가격과 전기요금을 연동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한전의 경영적자를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메우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제수준에 맞는 에너지 가격의 합리적인 결정을 통해 불요불급한 에너지 과소비를 지양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 개인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박 영 호
한전제주특별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