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허락하면 연애상대 취급받아
30대 초반의 직장여성 L씨는 몇 달 전 이혼한 후 아들 하나를 양육하고 있는 의사를 소개받았다. ‘처녀가 이혼남과...’ 하는 주변의 시선도 있었지만,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는 결혼생활만큼은 여유있게 하고 싶었고, 그래서 조건만 좋으면 이혼남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면에서 근사한 직업, 경제력, 외모까지 갖춘 그 남성은 그녀의 허영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상대였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2주 만에 결혼을 결정했고, 성관계까지 갖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 후 상대의 태도가 돌변, 관계를 청산하고 싶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다. 그 남성의 생각으로는 자신의 요구에 너무 쉽게 허락하는 그녀는 연애상대이지, 결혼상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죽자 사자 따라다닌 것도 아니고, 서로 마음이 맞았던 것인데, 이제 와서 단물만 쏙 빼먹고 나 몰라라 하는 그 남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성급하게 다가간 여성에게도 잘못이 없지는 않다.
아무리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갖춘 상대를 만났다고 해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가까워져야지 너무 쉽게 모든 것을 허락하는 것은 만일의 경우 어떤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L씨는 행동거지가 가벼운 여성이 아니었음에도 그 남성을 잡고 싶다는 열망이 강한 나머지 쉽게 행동한 것이다. 아무리 억울해도 이런 경우 여자가 손해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조급하고 안달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 좋아
또 한 커플의 사례. 31세의 P씨는 외모를 따지는 편, 최근 사귀었던 6살 연하의 여자친구역시 외모가 출중했다. 하지만 그녀와 3-4달 만나면서 한동안 연락을 끊거나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는 등 알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불안했었다.
며칠 전에도 데이트를 한 후 그녀는 연락처를 다 바꾸더니 소식을 끊었다. 추측컨대 그녀는 더블 플레이를 했던 것 같다.
만남상대를 고를 때 대개 남성은 외모를, 여성은 능력을 중시한다. 그래서 능력있는 남성과 외모가 뛰어난 여성이 만나면 관계가 빠르게 진전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빨리 진행된 관계가 다 잘못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상대에게 빠져드는 동안만 열정적일 뿐 진지함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다면 그 마음을 빨리 드러내지 말고, 관계의 진전도를 조절하는 기술적인 면이 필요하다. 조급하고 안달한다는 인상을 주면 상대는 부담감을 갖거나 이것을 악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그게 무슨 진정한 사랑이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에게 빠져들기 시작하면 많은 부분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어진다.
빨리 달궈지면 그만큼 빨리 식는다. 그런 경우 상처도 크다. 사랑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지만, 많은 것을 차분하게 고려할 수 있는 이성적인 면도 필요하다.
이 웅 진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