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남북 분단으로 인한 사실상 섬나라이다.
우리가 세계와 교통할 수 있는 곳은 바다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수출입 물동량 99% 이상이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주 5일제 근무, 생활수준 향상 등으로 일반 국민의 해양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륙’에서 ‘해양’으로의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최근에 발생한 대형선박 ‘골든로즈호’ 사고와 같이 망망대해에서 선박이 조난을 당했을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일반적인 통신매체인 휴대폰으로 구조요청(SOS)을 하는 것은 망망대해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그럼 해양에서 선박이 조난을 당했을 때 효과적이고 유용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예측 가능한 조난’의 경우 선원이 선박 내에 설치된 무선장비를 통해 조난 사실을 해양경찰에 알리는 방법이다. 운항 중이던 선박이 태풍과 해일 등으로 재난을 당해 침몰당하기 직전 선원이 무선장비를 통해 선박의 상황과 위치를 해양경찰에 알려 구조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 '예기치 않은 조난'일 때는 선박 외부에 설치된 조난신호음 장비를 통해 조난 사실이 자동으로 해양경찰에 알려지는 시스템이다. ‘EPIRB’(Emergency Position Indicating Radio Beacon)는 선박이 수심 2-4m의 바닷속으로 들어갔을 경우 자동으로 수면 밖으로 치솟게 되어 있으며, 야간에 운항 중이던 선박이 기상악화 등으로 인해 선원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침몰할 경우 선박 외부에 설치된 조난신호음 장비인 EPIRB를 통해 자동으로 해양경찰 본청 상황실에서 선박이 조난당한 위도와 경도 등 좌표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조난신호발신기 EPIRB는 촌각을 다투는 수색구조 상황에 있어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길이 24m 이상 어선, 하천을 오가는 상선을 제외한 모든 상선에는 EPIRB를 장착하게 돼있으며, 현재 우리나라 선적 5천여 척의 선박에 EPIRB가 장착되어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박종사자들의 생명등인 EPIRB가 수압이 아닌 파도나 비 등에 의한 오작동이 자주 발생하면서 대다수 선박종사자들이 조난신호가 발신되지 않도록 EPIRB를 밧줄로 묶어 놓거나 케이스가 페인트에 눌러 붙은 채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선체의 상부가 아닌 기관실 등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마의 해역'인 울산 방어진 동쪽 54㎞ 해역에서 통신이 두절된 채 사라진 영진호의 경우에도 EPIRB가 인위적으로 묶이거나 선박 내부에 보관돼 조난신호가 발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발생한 EPIRB 조난신호 224건 가운데 92%인 206건이 오작동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EPIRB의 오작동에 의한 관리부실이 만연하면서 그 피해는 실제적으로 사고를 당한 선박종사자들과 오인 출동을 해야 하는 해양경찰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해양경찰은 주기적으로 선박의 조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관내 유람선, 여객선, 어선들의 안전점검을 실시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EPIRB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유사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선박종사자들의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또한 선박 조난시 선원들의 '생명등'인 만큼 선주나 선장과 같은 직접적인 당사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안전관리 교육이 대형 해난사고로부터 바다가족의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기대를 가져본다.
오늘도 난 어선이 정박된 항구를 순찰하며 만선의 행복을 함께 노래한다.
*EPIRB: 조난신호발신기 EPIRB는 선박 안전법 제4조에 의해 근해어업 이상 종사하는 길이 24m 이상의 선박과 원양어업에 종사하는 어선 그밖에 연해구역 이상을 항해 구역으로 하는 선박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있으며, 선박의 침몰시 수심 4m 이상에서 수압풀림장치가 수중이탈 되어 수면 상으로 부상 406MHz 조난신호를 발사하여 해양경찰청 위성조난통신소 LUT 모니터 상에 신호가 감지되며 최신 업데이트된 선박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신속히 선박의 소재를 파악, 중앙구조조정본부와 사고선박의 선적지 및 사고 해점 에서 가장 근접한 구조조정본부(RCC) 및 구조지부(RSC)로 선박의 정보를 전파 한다
오 재 홍
서귀포해양경찰서 장비관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