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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집행기관이다.
이에 대해 의회는 의결기관이면서 집행부에 대한 감시 감독 기구다.
때문에 제주도와 의회는 사안에 따라 때로는 대립관계에, 또 때로는 협력관계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다만 어떤 사안에 대해 두 기관이 서로 대립관계를 취하든, 아니면 협력 관계를 취하든 거기에는 제주도의 발전, 제주도민의 이익이라는 분명한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행정의 편의주의나 의회의 인기주의-이기주의 때문에 두 기관이 대립각을 세우거나 도민을 속이기 위해 서로 합작, 협력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도민에 대한 배신행위요 우롱하는 처사다. 그러고서는 양쪽 모두 도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솔직하게 지적해서 집행기구인 도와 의결-감시 감독 기구인 의회는 제주 발전이나 도민 이익과는 거리가 있는 사안을 놓고 의견 대립을 보이는 경우가 없지 않다.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독립 문제를 둘러싼 도(道)와 의회의 의견 대립만 해도 그렇다.
도와 의회가 진정으로 제주와 도민을 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감사위원회는 응당 집행기관이나 의회 소속이 아니라 제3의 완전한 독립기구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와 의회는 자신들의 소속하에 두어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
집단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2
지난 10일부터 올해 처음으로 보름 동안 열린 제257회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도 집행기관과 의회간의 현안 인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행정자치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 별로 진행된 도정 업무보고에서 해군기지-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3단계개선안-경제위기 극복 등 중요 현안도 그렇거니와 심지어 법 해석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문제된 법 조항은 제주도특별법 제9조와 제7조다.
도의원들은 법 9조1항에 “도지사는 법률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 사안은 도의회 의원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총리실 산하 지원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그동안 도당국은 해군기지 사업이나 ‘특별법 3단계 개선안’ 등 주요 사안들은 의회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의 견해는 또 다르다. 이들이 들고 나온 것은 특별법 7조다.
“총리실 지원위원회에 올려 보내는 심의사항은 법률사항이다”라며 의회가 거론하는 사안들은 의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항변이다.
법해석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권해석 의뢰를 둘러싸고도 “도가 해라” “의회가 해야 한다”며 갑론을박(甲論乙駁)이다.
3
우리는 이번 임시회를 통해 나타난 집행기관의 대의회 관(對議會 觀)과 의회의 대집행기관 관(對執行機關 觀)을 보면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을 철저히 반소통(反疏通)이나 배척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서야 지난해부터 논란이 돼 온 ‘의회 동의’ 문제가 오늘에 와서까지 입씨름만 할 수가 있겠는가.
어찌 보면 특별법 7조와 9조를 두고 아전인수 격(我田引水 格) 해석으로 싸우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먼저 집행기관은 문제된 사안에 대해 사전에 정부 당국에 유권해석을 받은 뒤 일을 처리 했다면 잡음이 없었을 것이다.
의회 쪽도 마찬가지다.
집행기관에서 미처 유권해석을 못 받았으면 의회가 스스로 그것을 받아 질의에 나섰다면 일이 이렇게 꼬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양쪽이 제할 일은 챙기지 않고 대립각만 세우는 것이 도민을 위한 길인가.
도와 의회는 요지부동으로 반소통(反疏通) 반협력(反協力) 관계에 있지 않다.
어디까지나 대립과 협력의 긴장관계에 있되 그것이 모두 도민을 위한 것이어야 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