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언젠가는 맑은날도 오겠지...’ 라는 노래 가삿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이은 경기침체로 인해 우리네 삶은 일상에 쫓기며 마음마저도 여유를 잃어버린 각박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더욱 서글픈 것은 우리의 양심마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부 출범이후 법질서확립이라는 국정지표로 우리 경찰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기초질서지키기 운동을 적극 전개해오고 있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기초질서라고 하면 담배꽁초버리기, 휴지투기, 노상방뇨 등에 국한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일상생활에서의 크고 작은 시비는 연일 계속되고 있다.
기초질서란 법적인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서로의 약속이며 최소한의 양심인 것이다.
일선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하다보면 주차문제로 인한 민원접수가 하루에도 십여건에 이르고 있다.
어쩌면 하루를 시작하면서, 하루를 마감하면서 접하게 되는 우리의 공통적인 관심사이며 일상의 반복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유형으로 보면 상가 앞 주차로 인한 영업 방해, 개인주차장이나 대문 앞 차단, 인도 위 주차 등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언제부턴가 주차전쟁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이다.
이러한 주차란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거주자 우선주차제, 내집 주차장 갖기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협소한 주차공간, 유료주차에 대한 거부감과 각종 시책에 대한 이해의 부족, ‘나혼자쯤이야’ 하는 이기주의 의식의 팽배로 이 또한 주차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기에 우리 모두의 의식전환과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현실적으로 불법주차구역을 제외한 골목길 주택가 주차차량에 대하여는 차량이동을 권고하는 수준으로 해결하고 있으나 대다수가 차량 내에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있어 경찰전산망이나 114등을 통해서도 소유주의 연락처가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는 시민들의 불편을 자아내면서 부득이 방송을 하고 있으며 심야시간대에는 이마저도 어려워 민원인으로 하여금 무작정 기다리게 하거나 자체 견인조치 등 복잡한 민사절차를 거쳐야 하는 실정으로 우리 경찰에서도 딱히 그 해결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유료주차에 대한 거부감이 필자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남한테 피해를 주면서까지 나를 합리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불법주차에 따른 폐혜는 시민들의 시간, 경제적인 손실에 한정되지 않고 소중한 이웃은 물론 우리의 양심마저도 앗아가버리고 있다.
불법주차는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사건에 비하면 그리 큰 법규 위반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깨어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침해행위가 커다란 범죄를 야기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이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커다란 사고로 이어지듯 사소한 주차문제로 이웃끼리 말다툼을 하다가 흉기를 휘둘러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가 접해본 바로는 대부분의 신고자들은 협소한 주차란을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이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불법주차를 하지 않는 것이 법이라면 차량 내에 자기 연락처를 남기는 것은 상식, 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차량 내에 자기 연락처를 남기는 일은 그리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단 1초, 단 1m의 양보가 각종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자기 연락처를 남기는 작은 배려가 다른 누군가의 1분, 1시간, 아니 어쩌면 그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 1초를 지켜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 승 익
서귀포경찰서 남원파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