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등의 불…제주공항 민영화
[사설] 발등의 불…제주공항 민영화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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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공항 운영권 민간 매각이 이제 ‘발등의 불’이 되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16일 한국교통연구원 주최의 ‘공항선진화 대상 공항 선정기준 공청회’ 종료에 따라 다음 주 중 매각대상 공항을 선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주공항은 전국 16개 지방공항(공사 중단 중인 울진-김제 포함) 중 김포-김해에 이어 세 번째 많은 흑자를 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제주공항의 운명이 크게 뒤바뀔 민영화 여부가 불과 일주일 안에 판가름 나게 됐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토해양부가 공기업선진화방안의 하나로 지방공항 중 1~2군데의 운영권을 민간에게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이 지난해 8월이었다.

이즈음부터 제주공항을 다른 적자공항에 끼워 민영화시킬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지역 현안 사업들이 다른 지방과 경쟁할 때마다 정치적 열세에 밀려 손해만 봐 왔던 제주도민들은 이번에도 화들짝 놀랐다.

민자 유치를 위해서는 적자공항만 내놓아서는 참여자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포-김해-제주 등 흑자공항 하나를 끼워 넣어야 할 텐데 정치적 기반이 든든한 김포-김해공항을 제치고 제주공항이 민영화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제주도민들의 우려다.

 지난해 8월 정부의 일부 지방공항 민영화 발표 후 ‘제주공항 민영화 반대 범도민 대책위원회’가 결성돼 한때 반대 투쟁을 벌였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어디 도민들뿐이었는가. 제주공항공사 노동조합까지 가세해 제주공항 민영화의 부당성을 성토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연말-연시가 되고 새해 2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빤짝했던 제주공항 민영화 반대운동은 사라져버렸다.

제주공항이 민영화 될 걱정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예 포기해버린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제주공항 민영화 여부 결정이 일주일 안으로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데도 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항운영권 민간매각 1순위가 강원도 양양공항과 전남 무안공항이 되리라는 시각이다.

 양양-무안은 2007년 기준 적자가 각각 105억, 12억 원씩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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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민영화 대상 적자공항에 끼워 넣을 흑자공항이 어디냐는 것이 문제다.

아마도 김포-김해-제주 중 한 곳이 될지도 모르는데, 과연 막강한 정치세력과 지역세가 포진해 있는 김포-김해를 이기고 제주공항이 민영화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까는 의문이다.

 혹자는 제주공항이 민영화 선정 기준의 하나인 공공성에서 강하기 때문에 제외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선정기준에는 제주에 유리한 ‘공공성’도 있지만 불리한 ‘국가정책 기여도’도 있다.

이 국가정책 기여도야말로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며, 정치적 고려에 의해 대상 공항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함정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제주의 중요 현안들이 객관적 기준에 의해 성사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하는 점이다.

제주 신공항이 좋은 본보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10여 년 동안 정치논리에 의해 건설하다가 중단됐거나 완공 후 이용객이 없어 폐쇄된 공항만도 세 군데나 된다.

울진-김제-예천이 그러한 곳이다.

객관적 기준을 적용했을 때 제주 신공항 건설이 이들 공항 건설만큼 필요하지 않다고 우기는 정부 당국자가 있다면 그것은 제 정신이 아니다.

 우리의 공항정책이 이럴진대 제주공항이 정치세와 지역세에 휘둘려 민영화 되지 말란 법 있는가.

지금이라도 제주의 각계각층에서는 ‘제주공항 민영화 반대 운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적자공항 민영화에 흑자공항을 끼워 넣으려거든 김해공항을 택하라.

때마침 정부는 영남 지방에 동남권 대형 신공항을 추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뿐만이 아니다.

영남지방에는 추진 중인 신공항 말고도 사천-울산-대구-포항-울진-예천-김해 등 크고 작은 공항들이 많다.

김해공항 하나쯤 민영화한다고 나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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