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살고 있는 우도는 섬 속의 섬으로서 사람 냄새가 풍기는 정이 많고 인심 좋을 뿐만 아니라, 사계절 자연에 매료되는 다시 와보고 싶은 때 묻지 않는 고장이었다.
여느 마을과 같이 어렵고 힘든 일은 서로 모다들엉 수눌음으로 밭일 집안일 동네일 서로 어려움을 해결했다.
또 별미의 음식이나 제삿날이면 가가호호 음식과 떡을 동네 사람과 함께 나눠먹었다.
혹 돼지추렴이라도 하는 날이면 동네 어르신들에게 뜨끈한 간 한점을 먼저 드리는 어르신 공경을 미덕으로 여겼었다.
이제 우도에는 연 100만명이 들어오는 관광객 시대를 접하고 있다. 오늘날 관광객이 지역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도항선, 자동차, 오토바이, ATV, 골프카, 민박, 식당, 레저스포츠, 편의시설 따위가 갖춰졌다.
당초에 주민들의 농사나 바다에 해산물 수송 등 생활편의로 확ㆍ포장했던 도로나 시설은 이제 관광객 이용으로 각종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금 우도의 인심은 옛날의 훈훈한 인심은 간곳없고 동네는커녕 이웃도 경쟁대상으로 인심이 흉흉해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그뿐만 아니라 종전에는 동네나 이웃간에 생활 불편민원으로 송사를 하는 일은 찾아 볼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비일비재하다.
과거에는 조금 불편하든가 손해를 보는 일이 있어도 이웃끼리 서로 도와 가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도리였다.
마을 사람끼리 살아온 정서와 질서가 법의 논리보다 우선시 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다. 이는 서로가 이웃이고 동네 사람들과는 하루라도 얼굴을 안보고는 살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삶이 여유롭고, 규제나 제도적인 것이 완화되고, 이에 따라 책임과 의무, 배려와 포용, 용서 등 사회규범에 대한 의식은 오히려 더 이기주의며 자기주의며 배타적 지역주의로 바뀌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며, 우리 지역발전 보다 나의 몫을 먼저 챙기고, 남이 잘 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 까.
편의시설이나 환경시설은 혐오시설이란 구실로 우리 지역은 안되고 타 지역은 알 바 아니며, 법을 무시한 물리적인 집단행동은 참으로 숲은 보고 나무는 보지 않은 단순함에 마음이 아프다.
대대로 물려받고 물려줘야 할 자연의 자산을 당장의 경제적인 효과로만 여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복구될 수 없기 때문에 후손들에게 물려주는데 누가되어 서는 안 될 것이다. 욕심에서 한발 뒤로 하면 행복은 두발 앞선다는 순박한 진리를 알았으면 한다.
겨울철 외양간 거름을 말려 방 아랫목을 따뜻하게 해서 이불하나에 오순도순 시린 발을 녹이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고구마를 서로 떠밀며 나누어 먹던 훈훈한 우도의 인심은 이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일까.
그 때가 그립기만 하다.
강 영 수
제주시 우도면 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