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주 관광과 목욕탕
[데스크 칼럼] 제주 관광과 목욕탕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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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제주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서귀포의 한 유명 목욕탕을 찾아갔다.

외지에서 온 필자는 우선 목욕탕 탈의실에 들어 설 때 나를 쳐다보는 제주도 사람들의 눈길에 약간 당황했다.

분명히 내가 타지에서 왔다는 사실을 모를 텐데 그 눈빛은 “너는 여기 사람 아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제주도에서 2년을 보낸 지금 이제는 알 것 같다.

 제주가 워낙 좁고 한 동네이다 보니 혹시 아는 사람이 아닌가 살펴보는 눈길이란 것을.

 그런데 그 눈길이 다정하다기 보다는 약간은 서먹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요즘 많은 한국 사람들이 관광이나 사업 등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로마나 파리 같은 유명 관광지에 가 보면 피부 색깔이 다르다고 해서,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다른 눈길을 보내는 것을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다.

유럽을 비롯한 서구사회가 워낙 다문화, 다인종 사회이니까 동양인 한두 명에 대해 신기한 것이 없을 것이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은 어떨까? 오지 탐방류의 TV 프로그램을 보면 외지사람들을 맞는 그들의 표정이나 눈빛이 아주 순박하고 따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는 농촌이면서 국제적인 관광도시다.

 제주가 갖고 있는 농촌의 순박한 눈길을 외지 관광객들이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이번에는 목욕탕 탈의실을 지나 욕탕 안으로 들어가 보자. 웬만한 실내 수영장 크기의 냉탕과 3종류의 온· 열탕이 외국 어디에 내 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상념에 잠길 때 갑자기 시끄러운 아이들 소리와 함께 뜨거운 물이 얼굴을 덮친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애들 둘이 물에 첨벙 뛰어 들어 수영을 즐긴다.

탕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안중에 없다. 부모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애들은 뭘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아니고 고학년 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애들까지 수영장과 욕탕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간혹 자녀에게 주의를 주는 어른들도 볼 수 있다.

제주의 도로 표지판에는 영어, 일어, 중국어가 고루 섞여 있다.

수많은 외국어 홍보책자를 발간해 가며 외국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목욕탕에서 남에게 물을 튀기는 것을 미안해 하지 않는 아이들을 봤을 때 관광 도시 제주를 찾은 외국인들은 어떻게 느낄까 걱정이 생긴다.

한국인인 필자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남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외국인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얼마나 당혹해 할까? 시설만 세계 최대라고 자랑하며 거창하게 지어 놓았다고 세계인들이 마구 몰려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우리는 한국 정서에 익숙해져서 “애들 장난 좀 치는 걸 가지고 뭘 그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는 관광 도시이다.

우리끼리 살면서 누가 오든지 말든지 편하게 지내겠다고 생각한다면 제주 관광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주는 한국인 뿐 만아니라 세계인을 상대로 개방을 하고 있는 곳이다.

상대방을 위한 배려가 있는 곳인지, 아닌지 관광객들은 금방 안다.

 “당신이 나한테 이 정도 해 줬으니 나도 이 정도 해준다.” 이것은 배려가 아니다

. 배려란 “당신이 나한테 이 정도의 돈이나 마음을 썼지만 나는 그 이상, 당신의 불편이 없도록 마음의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외국인이나 외지인이 길을 물을 때 어디 어디로 가라고 알려줬다고 끝이 아니다.

외국에서 길을 물었더니 거의 도착지까지 에스코트 해주더라는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배려심은 외국에서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살펴주고, 괜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다.

이런 배려의 마음은 어느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배우고 사회로부터 느껴야 하는 것이다.

제주도 공무원과 여행업계는 왜 관광객들이 안 오는지 고심하고 있다.

아니 관광객 수는 해마다 증가한다고 하니 이제 그만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족하지 못한다면 관광객이 오지 않는 원인을 찾아야 할 텐데 과연 어디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인가? 초고층 빌딩 같은 국제적인 볼거리가 없어서 제주 관광이 제자리를 맴도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관광객을 보는 제주 도민의 따뜻한 눈길이 우선인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따뜻하게 배려해 준 그 곳에는 언제라도 한번 더 가고 싶은 것이니까.

김  종  현
기획/특집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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