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일 오전 3~4시 질식사 유력"
부검의, "시신 발견 때부터 얼마 안돼"
“살해된 시점이 실종 당일이다”. “시신이 발견된 때부터 얼마 안 됐다”. 부검의, "시신 발견 때부터 얼마 안돼"
실종 8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경신 씨(27.제주시 애월읍)의 사망 시점을 놓고 경찰과 부검의사가 다른 추정을 내놔 혼선을 빚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문영근 형사과장은 9일 오전 10시30분이 사건 수사 브리핑에서 “이 씨의 목 부위에 목을 누른 흔적이 있다”며 “이것이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 과장은 또, “이 씨의 오른쪽 엉덩이 부위에 손톱자국이 있고, 오른쪽 겨드랑이 부위에 멍이 든 자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문 과장은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 브리핑에서도 “이 씨가 살해된 시간은 실종 당일(1일 새벽 3시8분께부터 휴대폰이 꺼진 4시04분께)로 추정된다”며 “(특히) 휴대폰의 배터리가 한 단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이 살해 전 또는 후에 휴대전화 전원을 강제로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검의인 제주대 의대 강현욱 박사는 이 씨에 대한 부검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위 안에 음식물이 많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이고, 시반(사망한지 6~12시간 뒤에 피부에 생기는 자줏빛 얼룩점)이나 체온 및 부패 정도 등을 종합해 볼 때 시신이 발견된 때부터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또 “이 씨는 실종 후에도 계속 식사를 한 것으로 판단되고, 마지막 식사 후 2시간 이내에 살해된 것으로 보이며, 성폭행과 관련된 외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강 박사의 견해는 존중한다면서도 수사 증거자료를 근거로 다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과장은 “부검 결과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타살)로 나타났다”며 “사체의 습도와 강직상태 및 위 내용물(밥.콩나물 추정) 등에 비춰 최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강 박사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문 과장은 따라서 “법의학적 소견과 수사상 증거수집 자료를 토대로 합리적이고, 의심이 없는 추론을 하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라며 “이 씨의 정확한 사망 시간은 사건 당일이 유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결국, 수사는 경찰이 하는 것이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도 경찰이다.
문제는 정확한 사망 시점을 모르면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중요한 사건 해결에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다.
경찰은 다시 한 번 부검 결과와 증거물을 정밀 분석해 이 씨의 정확한 사망 시간대에 맞춰 수사를 집중해야 한다.
한편 경찰은 9일 오전 이 사건 브리핑에서 “범인은 1일 오전 3시8분 전후 제주시 용담동에서 차량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후 이 씨가 숨지자 사체를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버리고 도주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
따라서 “숨진 이 씨의 행적이 끊긴 곳과 휴대폰이 꺼진 지역 및 소지품이 발견된 지역, 그리고 사체가 발견된 현장 등 이동 추정로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탐문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과장은 “예상되는 이동 동선에 설치된 CCTV를 분석, 범행시간 전후 통과한 택시.승용차 등 차량에 대해 용의점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고, 동종 전과자(성폭행 등 130여 명) 및 통신수사 등 다각적인 수사기법을 총동원, 신속히 범인을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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